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미국 정가는 4년 후 '포스트 오바마', 즉 2016년 제45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누가 나설지, 누가 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폭스뉴스, ABC 방송 등 미국 언론은 오바마 승리의 여흥과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 패배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차기 대권 주자가 될 수 있는 '잠룡(潛龍)'을분석하기에 바쁘다.

   폭스뉴스는 8일(현지시간) 민주당은 차기 주자의 후보군이 두텁다고 밝혔다.

   톱 리스트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를 올렸다.

   클린턴은 더는 거친 정치 대결에 열의가 없다면서 선거직에는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러나 그가 완전히 문을 닫아건 것은 아니다.

   클린턴이 실제 대권 도전에 나선다면 크리스 스티븐스 대사와 미국인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 벵가지 주재 영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대응이 이슈가 될 수 있다.

   클린턴은 이 사건에 대해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오바마가 당선되더라도 떠나겠다던 국무장관직에 이 사건 수습 때문에 좀 더 남아 있을 수 있다는여지를 남겨 놓기도 했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재선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뛴 것도 그에게는 간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이번이 자신을 위해 표를 던지는 마지막 기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인자' 자리에서 벗어나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바이든은 그러나 클린턴과 마찬가지로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적이 있고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젊은 주자에게 양보할 공산도 크다.

   그 대안으로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나 초당적 행보를 보이는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 등이 될 수 있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와 리처드 닉슨 행정부 각료였고 지금은 진보성향의 싱크 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인 스티븐 헤스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린턴과 바이든은 연령대 스펙트럼의 가장 끝자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헤스는 또 커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도 잠재적인 후보로 꼽았다.

   헤스는 "질리브랜드는 민주당 스펙트럼의 중간에 있다. 게다가 가장 큰 주에서 재선된 상원의원은 항상 주목을 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에서는 부통령 후보였던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원이 현재로서는 선두주자로 꼽힌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도 물망에 오른다.

   초임인 크리스티 주지사는 올해 대선에서 롬니의 러닝 메이트로 가장 강력하게 거론됐지만 차기 대권 출마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슈퍼스톰 '샌디' 피해가 집중된 뉴저지에 집중하겠다고만 밝혔다.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지역)인 매사추세츠에서 공화당원으로 주지사를 지냈던 롬니처럼 전통적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많이 준 지역을 이끄는 정치력이 장점이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기 자랑을 너무 많이 했다거나 '샌디' 대처를 잘했다고 오바마를 칭찬함으로써 선거를 망쳤다는 지적을 당 내부에서 받고 있다.

   예산 전문가인 라이언은 이번 선거를 통해 주가를 높였고 호감도도 높다는 게 장점이다.

   오바마도 라이언의 비전이나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훌륭하고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라이언이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등 여러 현안에서 공화당 극우 보수 세력인 티파티의 정책을 답습하는 등 너무 극단적이라고 지적한다.

   공화당 전략가인 테일러 그리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라틴계 유권자의 44% 지지를 얻은 반면 롬니는 27%를 받는데 그쳤고 여성 유권자로부터의 득표율도 저조했다며 2016년에는 이런 유권자 지형 변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루비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폭스뉴스는 이들 외에도 미치 대니얼스 인디애나 주지사,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주지사, 스캇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밥 맥도널 버지니아 주지사,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도 언급했다.

   ABC 방송은 "2016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출마 여부가 대권 향배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클린턴이 끝내 출사표를 던지지 않는다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가 차기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오말리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반면 당내에선 그닥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바이든 역시 후보로 거론되지만 그가 출마하면 지나치게 변화가 없다는 점이 문제일 수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라틴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꼽힌다.

   질리브랜드도 주민 인기가 높은데다 여성 후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성 표가 오바마를 당선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 때문이다.

   쿠오모도 차기 대선 출마설이 돌고 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물론 이들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가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의 앞으로 대권 가도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ABC 방송은 롬니 패배로 공화당은 강경 보수파 대 기득권층, 문화 보수파 대 경제 보수파,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 대 보수파, 티파티(극단적 우익 보수주의자) 대 온건파 등으로 나뉘어 당분간 집안 싸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했다.

   따라서 아직 차기 주자로 명확히 거론되는 후보는 없다.

   이런 가운데 젭 부시가 인지도와 재력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라이언도 기대주다.

   롬니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이후 수려한 외모와 정통 보수주의자다운 행보로 공화당 지지층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루비오도 공화당 내에서 떠오르는 별이다.

   초경합주(스윙 스테이트)인 플로리다의 표를 움직일 수 있고 라틴계여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를 얻는 데도 유리해 차기 주자로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ABC 방송은 크리스티 주지사나 릭 샌토럼(펜실베이니아) 전 상원의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자,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등도 물망에 올렸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