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부동산 시장이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국내 부동산 호재가 단기적·국지적 효과에 그쳤다면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이후 송도는 주거·상업·업무 등 도시를 형성하는 전반에서 새로운 디딤돌을 마련했다.
GCF 사무국 유치 성공 이후 최근까지 송도 부동산 시장의 단기 효과는 '미분양 적체 해소'로 모였다. 한 민간 분양업체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GCF 사무국 유치가 공식 발표되고 10일 동안 송도 아파트 미분양 물량의 25%가량이 팔렸다.
미분양 아파트 취득·등록세의 50%, 5년간 양도세를 100% 감면하기로 한 정부 부동산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송도 미분양 물량에 외지인들이 관심을 보인 것도 이전과 다른 특징이었다. 마땅한 부동산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관망세를 보였던, 이른바 '투기 세력'이 몰렸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GCF 사무국 유치 이후 송도'에서는 부동산 반짝효과 외에도 중요한 변화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자족도시로 가는 필수요건 중 하나인 업무용 오피스 수요가 늘고 있다. 내년 2월 준공 이후 GCF 사무국이 들어올 I-타워가 대표적 사례다.
전체 33개 층 대부분의 입주 기관이 결정됐고 2~3개 층 정도가 남아 있다.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인천경제청은 정책조정회의를 거쳐 입주 기관(기업)을 결정하기로 했다. 공실을 걱정하기는커녕 '선별적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I-타워 인근 센트로드 빌딩의 경우 13개 층에 대한 입주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주 직원 1천명 이상의 기업체 몇 곳이 송도 입주를 준비 중이거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업무용 오피스 활성화는 유동인구 증가로 이어진다. 송도국제업무단지(1·3공구)의 경우 향후 2~3년 내 유동인구가 1만명을 넘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일산·분당·판교 등 수도권 신도시가 '근린상권' 위주로 이뤄진 것과 차별화된 방향으로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이랜드리테일이 커낼워크에 테마형 스트리트를 조성하는 게 유동인구 증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도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오피스텔이 최근 11.3대 1의 청약경쟁률로 순위내 마감한 건 1~2인 가구 수요를 기대한 결과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업무용 오피스 외에 송도에는 엠코, TOK(도쿄오카공업) 등 외국계 기업의 생산설비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계 바이오 기업의 생산설비 이전도 곧 확정된다. 삼성바이오와 동아제약도 곧 생산설비를 가동한다. 모두 고용을 창출하는 '그린필드형 투자'다.
GCF 사무국 유치 이후 송도 부동산의 '호들갑'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GCF 사무국 유치 이후 급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송도 부동산 시장을 아파트에만 국한해 보지 말고 외연을 확대해 보면 다양한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송도에서 아파트와 오피스를 거래하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GCF 이후 무엇보다 송도에 대한 서울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에 대한 투자 문의가 활발하다"며 "정부와 인천시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GCF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아는데,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