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혁명 뒤 '카스트로식 사회주의'를 고집한 쿠바가 고강도 경제개혁에 나선 지 2년이 넘었다.

   '절대 지배자'였던 피델 카스트로에서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정치권력이 넘어가면서 쿠바 사회도 변화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국제박람회 취재를 위해 찾은 아바나 시내는 50년 넘게 지속한 낡은 경제체제를 벗어던지고 변화를 맞이할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다만 변화마저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적지 않다.

   ◇오래된 정체…변하는 아바나 = 쿠바 정부는 2010년 8월 관보를 통해 대대적인경제개혁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렸다.

   수년 내 공무원 100만명 감원 계획과 함께 이들의 직업 전환을 돕기 위해 178개업종에 대해 자영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2010년 이후 배급제를 축소하기로 했으며, 이듬해에는 중고 자동차와 주택 매매·교환을 허용했다.

   그간 묶여 있었던 국영 호텔과 농가 간 직거래도 풀었고, 은행의 가계대출도 가능하도록 금융제도에 손을 댔다.

   내년 1월 중순부터는 내국인의 해외여행 규제도 풀린다.

   개혁책 가운데 자동차와 주택 매매는 시장을 거부하던 경제 체제에 자본주의적 거래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자영업의 문호를 넓히면서 수도 아바나 거리 곳곳에서는 빵과 옷을 파는 노점에서부터 고급스러운 식당들이 문을 연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에 국영 기업이 관장했던 이발소도 이제는 개인이 운영한다.

   도로를 누비는 수많은 택시도 개인의 몫으로 넘어갔으며 웬만한 업종의 상점 대부분이 국가가 아닌 개인의 소유가 됐다.

   자영업자의 수는 1992년 10만명에서 2012년 39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의 개혁정책이 나온 뒤로 자영업자 수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국영기업 중에 생산성이 높은 기업 직원들에게 정부가 인센티브를 준다.

   과거 월급 외에 웃돈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노동자들에게는 놀랄 만한 일이다.

   물론 부족한 생필품을 위한 암거래가 오래전부터 있었고, 주택 매매나 교환도 뒷돈을 주고 성행했지만 이 모든 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쿠바 국민에게는 이전에 없던 거센 변화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쿠바 수도 아바나 시내에 고급 식당을 연 그레텔 사라비아(53ㆍ여)는 7일(현지시간)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고, 이런 공간을 누릴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정부의 잇따른 경제개혁책을 환영했다.

   ◇"사회주의가 개혁의 대원칙" = 하지만 쿠바 정부는 경제개혁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무차별 유입을 의식한 듯 경계하는 분위기다.

   외부에서는 쿠바 정부의 일련의 조치들을 '경제 개혁'으로 규정하지만 쿠바 정부 인사들은 이런 말을 용납하지 않는다.

   대신 '경제 모델 현대화'라는 말로 포장해 외부에 선전한다.

   생산성이 낮고 수입에 크게 의존한, 소위 '문제 많았던' 경제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잘못된 것을 바꾸는 개혁이라는 말에는 인색한 태도를 보인다.

   다른 나라들이 그랬듯 경제모델을 선진화하는 데 조금 늦었을 뿐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가 틀리지는 않았다는 게 정부 인사들의 주장이다.

   국가가 계획 경제를 주도했던 지난 50여년 간 쿠바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며 경제가 낙후된 상태에 머물고 있지만 사회주의의 최고 가치인 '평등과 분배'가 유지돼왔다는 게 그런 주장의 근거다.

   이 같은 가치는 쿠바 경제개혁의 대원칙이며, 특히 경제 정책의 변화는 있어도 사회주의라는 정치 원칙에 변화는 없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호아킨 인판테(86) 아바나 경제학부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회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경제모델을 현대화하는 것으로 경제개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결코 사회주의를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 첫번째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가 상품을 평등하게 분배받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원칙"이라며'남은 것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분배하는 것'이라는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말을 인용해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인판테 교수는 쿠바 경제학자 협회 회원으로, 이 단체는 쿠바 공산당의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는 "쿠바 경제는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생산성이 낮은 것과 대외 의존도가 큰 구조"라며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게 급선무로 정부는 장기간 계획을 기간별로 맞춰 세우고 있다"면서 쿠바가 과도기적 상황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쿠바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며 개혁이라는 과감한 시도에 나선 배경으로 50년간 계속된 미국의 경제봉쇄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쿠바산 물품의 수입은 물론 미국 기업이 쿠바 국영기업과 거래를 못하도록 한 미국의 금수 조치 때문에 쿠바 경제가 멍들게 됐다는 것이다.

   쿠바 사회보장부에서 일하는 롤란도 수아레스(71) 변호사는 "쿠바가 경제봉쇄를당하지 않았더라면 경제모델을 보다 일찍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봉쇄가 없었더라면 쿠바도 쉽게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 정책을 실시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경제개혁을 위한) 결의안을 내놓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년이라는 시간만 두고 정부 정책의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