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를 향해 핵을 버리고 평화와 진전의 길을 택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정부에도 북한과의 군사 관계 단절과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요구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공포 정치를 하는 국가가 주먹을 펼(철권통치를 풀)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이 손을 뻗칠(경제 지원 등을 할) 것"이라고 2009년 취임할 때 했던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나는 이 약속을 지켜 (미얀마에) 우정의 손을 내민다"고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 지역 일부 독재 국가에 미얀마의 길을 선택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 양곤에서 아시아 지역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과거에 얽매일 필요가 없으며 미래를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북한 지도부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조해왔다. 바로 핵무기를 내려놓고 평화와 진전의 길을 가라는 것"이라며 "그렇게 한다면 미국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미얀마처럼 민주적 개혁과 개방을 시작하면 민주화와경제 개발 노력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하거나 국제 사회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2기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영양(식량) 지원을 하지 않고 제재를 강화하는 등 고립 정책을펼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버마(미얀마)는 한 국가가 더 나은 곳으로 옮겨갈 수 있는지,(북한을 포함한) 이 지역의 다른 국가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외 원조 기관인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미얀마에 2년간 1억7천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테인 세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군사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얀마 방문 성과를 설명하면서 "핵 비확산과 관련해 미얀마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는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준수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북한과의 군사 관계 종식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로즈 부보좌관은 지난 18일 "오바마 대통령이 세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군사 관계를 단절해야 할 필요성을 얘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즈 부보좌관은 "미얀마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적극적 조처를 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미얀마가 오랫동안 지속해온 북한과의 관계를 끝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또 그 연장 선상에서 미얀마에 북한과의 재래식 무기 거래를 위한 금융 계좌와 관련 사무실도 모두 폐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는 군사정권 시절부터 북한과 군사 및 핵 분야에서 협력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유엔은 2010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금지된 핵과 탄도 장비를 미얀마, 이란, 시리아 등에 공급한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대해 미얀마는 핵무기를 얻을 경제적 능력이 안 되고 북한으로부터 핵무기기술을 비밀리에 취득하려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비밀 핵시설로 의심을 받아온 장소에 대한 IAEA의 사찰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는 IAEA가 미신고 핵 관련 활동에 접근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IAEA의 핵안전협정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에 세인 대통령이 사인해 의회에 비준 동의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버마의 정글에서 수백명의 북한 연구원이 대량살상무기 기술 지원을 한다는 정보도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고립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