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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묵은 천년을 보내고 새 천년을 맞는 '새천년맞이국민대축제'가 대통령직속 새천년준비위원회(위원장 이어령) 주관으로 31일 오후부터 1일 새벽까지 서울 광화문과 서해안 변산반도, 제주 성산일출봉 등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분열과 전쟁의 시대가 가고 화합과 평화의 시대가 개막됨을, 한반도가 더이상변두리가 아니고 세계의 한복판이자 우주의 중심임을 선언한 것이다.

새천년맞이 국민대축제는 31일 오후 서해안의 절경으로 꼽히는 변산반도의 채석강에서 시작됐다. 오후 4시부터 펼쳐진 천년의 마지막 해넘이 행사는 길놀이, 액막이 풍물 한마당, 청소년그룹 댄스, 록밴드와 사물놀이 공연, 채화의식, 볏짚 점화및 띠배 띄우기, 불꽃놀이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민족 전래의 이별 정한을 살려 천년대의 마지막 햇빛을 채화해 얻은 불씨는 오토바이 500대의 호위 속에 총 318㎞를 달려 서울 광화문의 '즈믄해 우주시계'에 붙여졌다. 이 불은 1일 일출지역의 햇빛과 합쳐진 뒤 포항 호미곶 성화대에서 타오르다가 2002년 평화의 열두대문 가운데 첫번째 문인 '천년의 문'에 '영원의 불'로 보존된다.

새천년이 시작되는 자정행사는 서울 광화문 일대를 비롯해 서울 삼성동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빌딩,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주 성산일출봉 등에서 펼쳐졌다.

카운트 다운 1분 전 변산반도에서 마지막 낙조를 채화한 우주시계의 횃불이 대금소리와 함께 꺼지자 광화문 거리의 모든 불빛과 소리가 멈췄다. 이때 태엽을 감는소리와 함께 교보빌딩에 레이저빔으로 새긴 36m 길이의 시계추와 카운트 다운 숫자가 등장하고 시민들의 연호에 맞춰 숫자가 '0'으로 변하자 천지를 울리는 폭음과 함께 현란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아셈빌딩에서도 카운트 다운에 맞춰 4층씩 차례로 불이 켜지면서 2000년 0시를기점으로 41층 건물 전체가 밝아졌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이 지역 남녀 2000명이비행기 날개 모양으로 활주로를 질주하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제주도 성산일출봉에서는 천지개벽을 알리는 퍼포먼스가 선보였다.

새천년맞이 국민대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즈믄동이(밀레니엄 베이비 1호)'의 탄생장면 중계. 세종문화회관 앞에 39개 병원과 연결된 39개 모니터가 탄생장면을 중계했고 대형 전광판 화면에서도 즈믄동이의 탄생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작 첫 울음소리는 카운트 다운과 함께 광판 화면이 꺼지는 순간인 2000년 0시 0분1초여서 거리의 시민들은 20여초 후에 새 생명의 탄생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새천년위원회는 안양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이용규씨와 김영주씨 사이에 태어난이 아이를 공식적인 '즈믄동이'로 인정했으며 '바위'라는 애칭을 붙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영상으로 전달된 축하 메시지를 통해 "이땅에 새천년의 첫 아기가 태어났다"면서 "우리는 이 새 생명에게 전쟁이 아닌 평화를, 빈곤이 아닌 풍요를, 좌절이 아닌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웬사와 만델라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 5명의 세계 평화선언, '자정의 태양'으로 명명된 지름 3m 크기의 인공태양 등장, 특전사 요원 500명이 15인치 초박형 액정화면을 통해 연출한 TV 카드섹션, 2000명의 시루떡 생일잔치, 세계 188개국의 평화 고풀이 등이 차례로 선을 보였다.

광화문 앞에서 펼쳐지는 2000명의 시루떡 생일잔치는 2000개의 시루로 쌓아올린'생명의 탑'에 박세리 선수가 5번 아이언으로 지난해 LPGA US오픈대회의 '맨발의 아이언샷'을 재현하면 공 모양의 불꽃이 옮겨가 촛불이 켜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잔치의 주인공은 전국에서 초청된 1월 1일생 2000명이며 떡은 전국의 쌀을 한데 모아찐 것이다.

이에 앞서 오후 10시부터 가수 이미자ㆍ조영남, 국악인 안숙선, 성악가 조영수등이 등장하는 '새천년 한민족 대합창'이 앞풀이로 꾸며졌다. 이어 김구ㆍ세종대왕ㆍ나운규ㆍ김유신ㆍ김홍도ㆍ이순신 등 역사인물 12명으로 분장한 탤런트들이 '역사의 수레'를 타고 12간지(干支) 퍼레이드를 펼친 뒤 이승엽ㆍ이동국ㆍ유진박ㆍ유태평양 등 인기스타 12명은 '광화문 발 즈믄해 열차'로 행진을 벌여 눈길을 모았다.

새 천년 직전에는 광화문 상공에 우주선이 나타나자 사물놀이패가 지구사절로 우주선과 대화를 나눴고, 1999개의 연이 하늘로 오르면서 지구의 평화의지를 확인한은하계 사절(119 구조대 40명)이 빌딩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지구인과 함께 춤을추는 쇼를 펼쳤다.

광화문 자정 행사는 CNN 등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됐으며 오전 1시 30분부터흥겨운 뒷풀이가 40여분 동안 이어져 시민들이 한동안 행사장을 떠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