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과 꿈,희망으로 시작하는 새 밀레니엄 한국의 화두(話頭)는 단연 '첨단기술'이다. 한발 앞선 기술력의 창출이야말로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고 나아가 새 세상을 이끌어가는 초일류 국가의 필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서구사회가 '프로페셔널리즘'과 '개척정신'으로 첨단기술을 개발, 오늘날 富와 힘을 얻었다면 우리에게는 대를 물려가며 작품을 만들어낸 '장인정신'의 혼이 있고, 경기도는 수많은 유형·무형의 문화적 유산과 저력을 이어오며 장인정신의 터전으로 우뚝 서 있다.

청동기 시대에서 시작돼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며 식기류와 반상기,제기등 우리 서민들의 식탁을 지켜온 유기는 그 본고장이 안성이다. 놋그릇 제작 방법중 주동을 녹인뒤 틀에 부어 만드는 '주물제작법'이 안성에서 만들어졌고 안성유기는 기형이 아름답고 정교하며 합금이 우수해 '안성마춤'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낼만큼 제작기술이 발달돼 있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제의 유기 수거로 일대 위기를 맞으면서도 그 맥을 이어온 안성 유기는 6·25 전후 연탄이 주연료가 되면서 가스에 녹이 스는 성분때문에 급격히 쇠퇴했지만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낸 장인정신만큼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고려청자와 조선 백자로 대표되는 세계적 자랑거리 도자기 역시 이천과 여주,광주를 떼어놓고는 이야기 조차 할 수 없다.

조선시대 왕실에 진상하던 광주의 도자기는 일반 대중을 위한 자기로 발전해온 다른 지역과는 달리 그 예술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여주와 이천은 수백년 전통과 기술을 계승해오며 이제 외국인 관광객이 한번쯤은 들러봐야하는 국내 대표적 도자기 산지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제각기 특색을 내세우며 도자기 축제를 치러온 이들지역은 오는 2001년 열리는 세계도자기 엑스포의 공동개최지로 확정돼 수백년 이어져 내려온 한국 도자기의 기술을 전세계에 알리고 경기도의 장인정신을 한껏 뽐내게 된다.

지금은 행정구역이 인천으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강화의 화문석은 담양 죽세공품과 함께 우리나라 토속 기술의 대표적 산물로 경기도가 장인정신의 본산임을 알리는데 한 몫을 한다.

일찌기 중국의 옛문헌에 '매우 부드러워 접거나 굽혀도 상하지 않고 품질이 우수해 놀랍기만 하다'고 기록된 강화 화문석은 하나를 매는데 60만번 이상의 손길이 갈 정도로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단순한 손기술외에 '혼'이 깃든 우리 '장인정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첨단기술로 승부하는 21세기, 한국의 역량을 세계에 떨칠 기술력의 모태가 '장인정신'이라면 경기도는 바로 그 장인정신의 메카인 것이다. /裵相祿기자·bs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