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사 전공인 엄기표 단국대 교수는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백제시대 청동 반가사유상과 통일신라 말기-고려 초기 철불 각각 1점을 일본에서 찾아냈다고 18일 말했다.

엄 교수는 김상현(동국대)·고정룡(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교수, 연민수(동북아역사재단) 박사 등과 함께 동북아역사재단이 지원하는 '일본 속의 고대 한일불교문화 조사연구'를 진행하면서 오사카와 교토, 그리고 나라 등지의 사찰과 박물관을 현지답사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이 가운데 백제 반가사유상은 일본 천태종 총본산인 사가(滋賀)현의 히에이산(比叡山) 엔랴큐사(延曆寺)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곳 국보전(國寶殿)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 반가사유상은 옷주름을 띠줄 무늬로 반복해서 넣은 원통형 대좌 위에 오른발은 왼발 무릎 위에 올려 반가좌를 한 보살을 표현했다. 대좌 좌우에는 반가사유상에서 보통 보이는 원형 패옥은 없지만 허리를 묶은 띠줄 형태의 옷주름은 길게 바닥까지 내린 상태다.

상반신이 앞쪽으로 약간 굽은 이 보살은 오른손 팔꿈치를 구부려 손바닥을 편 상태에서 턱을 살며시 괬으며 왼손은 오른발 위에 손등이 보이도록 올린 모습이다. 머리에는 아래쪽에 띠줄이 있고, 위쪽에는 돌기형 문양띠 3개를 표현한 이른바 삼산형 보관(三山形寶冠)을 썼다. 전체 높이 12.8cm이며, 대좌는 높이 4.6cm에 너비 4.5-4.9cm.

엄 교수는 "표면에 금박 흔적이 없어 원래는 청동으로 주조한 다음에 금박을 하려 했지만 어떤 이유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불상은 조각 기법이 정교하지는 못하지만 그 형식으로 보아 삼국시대, 특히 백제가 만들어 일본에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또한 나라현 가쓰라기시(葛城市) 소재 다이마사(當麻寺) 부속 박물관인 보물관에서 결가부좌를 한 철불 1점을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이 불상은 오른쪽 발목 위로 두 가닥의 두툼한 옷주름을 걸쳤으며, 무릎에는 굵은 음각선으로 옷주름을 표현했다. 다리 앞쪽에는 부채 모양으로 옷자락을 펼쳤다.

엄 교수는 "이런 옷주름은 불상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통일신라시대부터고려 초기까지 만든 불상에서 일반적으로 채용한 기법"이라면서 "법의(法衣)는 오른쪽 어깨를 노출한 이른바 우견편단이며 손 모양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했다"고 말했다.

이 불상은 다른 철불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유두를 크게 표현한 점이 이채롭다.

엄 교수는 "살짝 미소를 머금은 원만한 상호의 조각 기법, 전체적으로 비례가 어울리고 안정된 자세, 옷주름이 소략하지만 신체와 잘 어울리도록 한 점, 무릎 앞쪽으로 형성된 부챗살 모양의 법의 자락, 나발의 정연한 표현 등으로 보아 신라말에서 고려초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체 높이 81cm에 머리 높이 30.5cm.

엄 교수는 이 철불에 대해 "신라시대 철불 양식을 잘 담은 고식(古式)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며, 어느 시기에 일본으로 전래했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인 조사와 소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또 하나의 한국 철불이라는 점에서 귀중한학술 자료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