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혁준 작가가 건물에 사진을 직접 부착했다. 사진은 대부도를 찍은 사진.

'123 프로젝트 : 큰 언덕 섬으로의 초대'는
2012 경기문화재단 문화바우처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경기창작센터가 위치한 경기도 서해안의 큰 언덕 섬,
대부도(大阜島)에서 펼쳐지는
작가와 지역주민이 만들어가는
예술참여형 지역협력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경기도 서해 연안의 지역적 한계성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예술과 주민 그리고 기관이 함께
예술문화의 삶을 모색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관심 끊어져 무너질것 같은 폐가들
예술가 13인·지역민 생기 불어넣기
좁은 길 사진·설치·영상 작품 빼곡
'문화의 변방' 영토적 한계성 극복



안산에서 시흥을 거쳐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를 가로지르는 유일한 버스 123번.

때로는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탈 수 있는 123번 버스는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섬주민의 발이 되어 준다. 대부도의 중심길을 가로지르는 123번 버스 노선 곁에 위치한 빈 집들, 누군가의 삶의 과정이었을 빈 집들은 관심이 끊어져 무너질 것 같이 섬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섬사람이기에 채우지 못했던 창작과 표현의 열망. 이는 드러나지 않았기에 마치 비어있는 것처럼 취급되었다. 우리는 각자 서로에게 내보이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 드러낼 기회를 갖지 못한 그 무엇들을 '빈 집'에 그 무언가를 다시 채우고자 했다. 서로 만날 일이 없었던 우리는 예술창작을 통해 각자의 삶의 관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으로 향하는 노선을 만들 것이다.

123 프로젝트는 문화의 변방영토인 섬이라는 공간적 한계성을 극복하고 지역주민과 경기창작센터 국내외 작가 13인이 서로의 창작의지를 교환하고 표현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문화예술창작의 사회적 의미를 확산시키려는 작가들의 의지이기도 했다.

▲ 이대일 作 '반딧불 섬'.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며 LED 불빛이 반짝인다.

그래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갖기 어려운 섬 주민과 소외계층, 작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예술창작과 작품설치, 전시 해설 등 새로운 예술적 감성을 공유하며, 대부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을날의 즐거움과 충만감을 나누고자 기획되었다.

11월 3일 오후 4시, 대부동 주민센터 앞마당에서는 뜻깊은 123 프로젝트 오프닝 행사가 진행되었다. 100여명이 넘는 마을주민과 작가들 그리고 관계기관 초대인사들이 어우러져 어린 양의 집 친구들의 신나는 난타공연과 이안 존 허친슨의 사운드 퍼포먼스까지 축하행사가 막을 올렸다.

이후 비교적 좁은 도로길을 따라 설치된 곳곳의 빈 집 작품들을 주민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관람하고 이후 경기창작센터 중앙동 전시실의 아카이브전 관람과 저녁시간의 작은 파티와 함께 오프닝 퍼포먼스와 영상 프로젝션 상영이 연이어졌다. 11월 5일 오후 2시, 프로젝트 특별행사로 주민참여 창작요리대회 '대부도를 요리하라'에 10팀이 참여해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스태프, 지역민과 함께 가을날의 풍성함을 더했다.

김승택 작가의 '동행(accompany)'은 지역주민들, 장애를 가진 분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그리고 대부도 초·중·고등학생과 함께 대부도 123번 버스 노선의 빈 집과 공터를 손수 제작한 작은 그림들로 새로운 예술적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 김태균 作 '이주와 정주'.

이대일 작가의 '반딧불 섬'은 밋밋한 회색의 방조제에 색색의 칼라 밴드로 색을 입히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꿈을 담은 바람개비를 제작하여 방조제 곳곳에 설치했다. 손민아 작가의 현대문화 속에서 이웃 간 관계형성의 관심은 대부초등학교 어린 친구들과 함께 '선반 프로젝트'로 제시되고, 이지영 작가는 주민들과 지속적인 대화로 빈 집 외벽에 색으로 보이는 대부도로 다시 꾸며졌다.

또한 대부도에 대한 지리학적·인문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각각의 예술적 해석을 통해 다양한 시각적 형태로서 대부도를 재조명한 나광호·김태균 작가, 지역의 환경적·생태학적 물음을 영상과 사진으로 제시한 샹린 우(대만)와 악셀 브라운(독일), 독특한 조형성을 지닌 오브제 조형물을 도로가에 설치한 유화수 작가와 안산의 하와이로 출력 이미지를 제시한 김윤섭 작가, 영상작품 생성과 소멸을 빈 집에 투영한 박은영 작가, 대부도 자연환경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으로 접근한 이혁준 작가, 실을 통해 빈 집에 공간투영과 함께 텍스트를 기록한 차승언 작가. 이외에도 키안 펭 옹(싱가포르)의 뉴미디어와 모니카 갤럽(영국)의 애니메이션은 123번 버스 안에 영상으로 설치되었다.

임호상 해양생태관광마을 육성추진센터 주민실행단 단장은 "123 프로젝트를 처음 작가들한테 들었을 때 참 좋은 기획이라 생각했습니다. 이곳 대부도는 옛날에는 섬이었고 지금은 육지로 안산시에 편입되었지만 아직도 낙후된 곳입니다. 지금도 외부인에게는 많은 폐가들이 보이구요.

▲ 이지영 작가가 집주인과 건물 외벽에 칠할 색과 패턴을 상의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빈 집 폐가들을 작가들과 주민이 함께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가치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지역주민, 대부도의 소외계층까지 함께 작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부도에 새로운 삶의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조금이나마 일조를 하였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라고 말했다.

경기창작센터의 지역협력프로그램
미술관이 아닌 곳에서 예술 만나기
국내외 아티스트 답사·교류·작업


경기창작센터 지역협력 프로그램은 특정지역이 지닌 지역적 이슈들을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지역적 컨텍스트를 재발견,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커뮤니티와의 소통과 지역적 이해를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2010 지역협력 프로젝트 : 섬은 경기창작센터가 위치한 선감도와 대부도, 그리고 그 주변 섬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총 10팀의 국내외 작가, 브라질, 이스라엘, 일본, 폴란드 출신의 해외작가들과 국내작가들이 일정기간 지역조사 및 답사를 거친 후 역사, 사회,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범주 속에서 각자가 발견한 지역적 맥락들을 예술작업을 통해 조망하고 재구성하였다.

2011년도에는 경기창작센터의 직접기획으로 대부도 포도직판장 디자인과 대부도 김 포장 디자인에 참여하였다. 경기창작센터는 예술창작의 욕구와 과정을 예술가와 일반인, 지역주민과 공유할 수 있는 지속적인 지역교류 협력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여 확대해 나갈 것이다.

평소에 서로 만날 수 없어 보였던 지역주민과 예술가의 만남, 미술관이 아닌 빈 집에서의 예술의 만남은 어쩌면 낯설고 어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관심과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문화적 소통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을 이곳 대부도 123 프로젝트에서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