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의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무엇보다도 '힐링'이 떠오른다. 2012년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힐링문화의 확산은 우리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위로하도록 했다. 또 어렵고 각박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와 다시 한 번 달려나갈 힘을 얻었다.

그렇다면 2013년의 화두는 무엇일까. 또 무엇이 돼야 할까. 지난해 우리가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자기 중심적인 힐링'을 넘어 자신의 주변으로 힐링의 대상을 넓혀야 할 때다. 자신의 상처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이 가진 아픔을 살피고 치유해 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힐링이 아닐까.

하지만 계사년의 시작부터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기부나 자원봉사 등이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그 어느 때보다 유난히 추운 겨울, 소외된 이웃에게 온기를 전하고 대한민국 곳곳에 행복한 웃음을 전파해 보자. 그 어느 분야보다도 빠르게 우리사회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문화계와 체육계에서는 이미 소외된 이웃을 감싸는 데 앞장서고 있다.

▲ 600명의 어린이들이 10여개월동안 연습한 합창곡을 부르고 있다.

아츠해비타트 '함께하는 행복교실' 프로젝트

# 지난해 11월 24일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는 그야말로 기록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공연장에는 1천600명 이상이 입장했다. 1천600개 관람석 중 1천200석이 찼고, 나머지 600명은 무대에 올랐다.

100여명의 재능기부자
먼길 마다않고 달려와
아이들 합창교육 훈훈
경기도문화의전당
600명 기록적공연 결실
동심에 나눔씨앗 뿌려


실내공연장 무대에 600명의 어린이합창단이 오르는 모습이란, 공연내용과 별개로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만한 일이다. 이날 '경기어린이대합창단 음악회'를 위해 1년동안 '아츠해비타트'사업의 일환인 '함께하는 행복교실'을 꾸려왔던 전략사업팀 이선영 대리에게는 다른 의미의 기록이 남았다.

그는 "7년동안 진행한 사업 중 가장 고생한 사업 중 하나이면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가장 뿌듯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행복교실'은 재능기부를 통해 복지시설 어린이들에게 예술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나눔으로 함께하고 함께하여 행복해지는' 문화나눔 사업이다.

함께하는 행복교실에는 어린이 600명 말고도 100여명의 재능기부자들이 참여했다. 어린이들에게 합창을 지도한 성악가와 반주자 50여명은 1주일에 1차례씩 각 시군의 어린이들을 찾아가 '함께 노래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5명의 화가는 공연포스터 제작에서부터 아이들의 꿈 그려주기까지 과정의 중요한 마디마디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10명의 배우는 무대에 올라 공연을 풍성하게 꾸며주었다. 이 대리는 "합창단 아이들을 모집하는 것보다 재능기부 예술가를 섭외하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각 분야의 전문가, 예술가들이 나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자비로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고, 1주일에 한 번만 가면 되지만 여러 차례 아이들을 만나러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분들을 보며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행복교실의 가장 큰 성과는 '아이들의 마음에 씨앗을 심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리는 "처음에는 서로 경계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갈수록 애착을 보이더니 공연 당일에는 초능력이라도 생긴 것처럼 무대에서 멋지게 노래했다"며 "초등학생 아이들이라 지금은 행복교실에 참여한 것이 마냥 신나고 재밌기만 하겠지만 10년, 20년 후에는 누군가 매주 나를 위해 1주일 중 하루를 할애해 주었다는 것, 600명의 친구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나눔의 순환을 이어갈 것"이라며 행복교실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되짚었다.

▲ 수원시 궁도협회 회원들이 독거노인들에 전해줄 도시락 반찬을 만들고 있다.

수원시 궁도협회, 독거노인에 '도시락 나눔'

#지난달 19일 수원시 팔달구 매향동의 한 상가건물. 16.5㎡가 채 되지도 않는 좁은 공간에서 6명의 봉사자들이 지역의 독거노인을 위해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수원시궁도협회 회원들로 매주 화요일이면 정성스레 마련한 음식을 30여명의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전달하고 말벗이 돼 주고 있다.

지역주민센터와 협조
주1회 정성스런 식사
어르신 말벗 돼주기도
음식 배달 시작하고선
회원 분위기 화기애애
봉사·친교 '1석2조'


시궁도협회는 지난해 3월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자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평소 연습장으로 쓰는 연무정 궁도장 주변에 폐업한 상가를 임차하고 각종 집기와 도시락을 구입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또 주민센터와 협의를 통해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을 준비, 이웃들에게 온정을 전달하고 있었다.

신재경 시궁도협회 전무이사는 "주로 연무정에서 연습을 하는데 그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살고 있다"며 "궁도의 멋과 재미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자는 의견을 모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궁도협회는 단순히 홀로 된 노인들에게 온정을 배푼다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하지않는다. 매주 귀한 손님을 대접하듯 장을 보고, 영양가를 고려해 반찬을 준비한다. 부실하게 준비했다가는 이유영 시궁도협회 고문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


지역에서 십수년간 봉사활동을 해 온 이 고문은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봉사활동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가 가진 봉사활동의 철학이다. 이 고문은 "매주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며 "요리사는 가족들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음식을 하겠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정성껏 어르신을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간이 없다고, 돈이 없어서 못한다는 것은 의지의 문제일 뿐"이라며 "뜻이 있다면 그것이 꿈을 이루는 길이든, 나눔을 실천하는 길이든 열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조언했다.

이들의 봉사활동에 그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던 노인들이 새로운 힘을 얻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모(71) 할머니는 "처음에는 얼떨떨하고 얼마나 지속될까 싶었지만 지금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며 "없는 살림에 보답할 게 없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한편, 시궁도협회도 봉사활동을 통해 더욱 가까워졌다는 설명이다. 신 전무이사는 "매주 회원들과 시청소속 선수들이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해 도시락도 배달하고, 식기를 설거지한다. 시간이 여의치 않은 회원들도 매주 후원금으로 급식소 운영에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협회가 더욱 가족같이 가까워졌다"고 나누는 삶이 주는 즐거움을 알렸다.

/민정주·김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