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숱한 현안 과제 속에서 인천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맞춰져 있을까. 많은 시민들이 궁금해 할 질문이다. 그래서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새해 설계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일정상 서면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크고 작은 성과는
국제화특구 지정·영재학교 유치등 교육여건 개선
수능 전국 최하위 여전했지만 학력신장 주목할만
대입 전형 다양화… 수능성적이 절대 척도 아니야
올해 역점 둔 교육정책은
구도심 81개교에 5년간 2천29억원 집중지원
계층간·지역간 교육차·갈등 해소에 총력
고교기숙사 건립은 충분한 의견수렴후 추진
나 교육감은 "학력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우수한 인재들이 찾아오고 싶어 하는 '교육도시 인천'을 만드는 데 초석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나 교육감은 이어 "원(기존)도심의 교육여건을 대폭 개선하는 등 계층간, 지역간 교육격차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천 교육계에는 크고 작은 성과가 많았다. 특히 학력 신장이 주목할 만하다. 나 교육감이 가장 먼저 꼽는 결실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인천은 2012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의 기초학력미달 감소율이 전국 최상위권에 올랐다.
대학 입시 결과에서도 서울대 등 주요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전년도 대비 200여명이나 증가했다. 이번 대입에서도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수시 모집에서 서울대를 포함한 명문대 합격자는 총 689명으로, 지난해보다 120명가량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환경탐구올림피아드 금상, 전국과학전람회 특상,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과학탐구실험대회 최우수상 등 각종 전국대회에서 인천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교육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나 교육감은 "포스코교육재단이 송도국제도시에 2015년 자율형 사립고를 설립하고,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도 유치하게 됐다"며 "무엇보다도 연수구, 계양구, 서구가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돼 글로벌 인재 양성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천 학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수능 꼴찌' 도시란 오명 때문이다. 인천은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전국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수능 1·2등급 비율과 대부분의 영역 표준점수가 전국 꼴찌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나 교육감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학력은 기초학력, 응용력, 수능성적, 대학진학 실적, 학교 교육력 등 범위가 넓다"며 "수능 1·2등급 비율이 학력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내신과 수능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대학입시' 시대에서 지금은 다양한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대입전형' 시대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수능 성적이 한 도시의 학력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나 교육감은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진학패턴으로 유도하겠다"며 "수능 1·2등급 학생을 늘릴 수 있도록 학교별로 현장 중심의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수능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등 학력 신장을 위한 대비책으로 '학업성취목표관리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 나 교육감의 공약이다.
모든 학생과 교사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후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성과 분석을 철저히 해 보완점을 찾아가는 것이 골자다. 나 교육감은 특히 "작년 말에 처음 시도한 학년 전환기(겨울방학 등) 학력 관리를 내실화할 것"이라고 했다. 찬반 논란을 부른 이른바 '개학 후 기말고사'도 같은 맥락에서 도입됐다. 시교육청은 방학 때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습관을 길러주는 등 방학으로 인한 학업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고교 기숙사 건립도 학력 신장을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인천시의 극심한 재정난 속에서 공부 잘하는 소수 학생을 위해 막대한 시민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결국 시교육청이 편성한 기숙사 예산은 번번이 인천시의회에서 전액 삼감됐다. 나 교육감은 "충분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과제로 삼아 시의회를 포함한 지역사회와 학교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친 이후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여교사 익명 투서사건,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 사태, 교직원 사기도박 연루 등으로 인해 교육계 안팎이 시끄러웠다. 나 교육감은 "우리 인천 교육계가 큰 홍역을 치른 데 대해 시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했다. 특히 여교사 투서사건과 관련해서는 "최선을 다해 실상을 밝혀 엄중히 처리하고, (투서에 언급된 인사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은)민주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교육청은 교직원 월급까지 걱정해야 할 만큼 벼랑끝 재정위기를 겪기도 했다. '법정전입금'으로 불리는 교육예산(교육재정부담금)을 시가 제때 주지 않아서다. 나 교육감은 "법정전입금의 전입 시기와 전입액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교육재정 유동성 악화로 각종 교육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시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날로 추락하는 교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인천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교육청은 새해 들어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가칭)'교권보호지원센터' 신설이 그 중심에 있다. 나 교육감은 "교권보호 매뉴얼을 개발하고 피해 교원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교원이 안심하고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했다.
나 교육감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교육정책 방향은 '계층간,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원도심 교육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의 대표적인 기존 도심인 중구·동구·남구 소재 초등·중등학교 81곳을 대상으로 교육여건·교육환경·교육복지 등 3개 분야 16개 사업에 5년 동안 2천29억원의 예산을 집중 지원키로 한 것이다.
나 교육감은 "인천시, 각 군·구청 등 해당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제 유지와 다각적인 재원확보를 통해 원(기존)도심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이 계획이 나온 것은 박문여중·고 송도 이전과 무관치 않다. 현재 기존 도심의 다른 일부 학교들도 박문처럼 이전을 희망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박문 이전 문제를 놓고 지역사회에서 빚어진 갈등을 치유하고, 교육여건이 열악한 기존 도심 학교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치가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나 교육감은 끝으로 인천 교육의 앞날에 대한 믿음과 응원을 당부했다. "인천 교육을 위해 시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 그리고 깊은 신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인천이 '교육시키기 좋은 도시'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자녀들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함께 이뤄 나갈 인천 교육의 앞날에 힘찬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