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가 10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취임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정국이 야권의 반발 속에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야권은 취임식이 연기될 경우 거리 집회도 불사하겠다며 강공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고, 집권당도 지지자들에게 당초 취임식 날인 10일 대통령궁 앞에 모여줄 것을선동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자칫 물리적 충돌로 번질 기세다.

야당의 훌리오 보르헤스 의원은 6일(현지시간) 헌법에서 정한 날짜에 취임식이 열리지 않을 경우 여러 국제기구와 함께 소송을 낼 것이라며 "국민은 헌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저항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7일 AF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정부가 내부 문제로 인해 헌법을 왜곡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해외 단체와 대사관, 국가 등을 포함해 진정한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야권 연대 후보로 나섰다가 차베스에 패한 엔리케 카프릴레스 주지사도 "대통령 당선인(차베스)이 대통령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헌법은 명확하다. 그가 10일 취임선서를 못할 경우 작동할 헌법에 의해 규정된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취임식 연기에 반발해 온 야권이 이를 저지키 위한 행동 계획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앞서 차베스가 2인자로 지명했던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은 4일 국영TV 인터뷰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는 형식적인 것으로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총장이자 마두로의 아내인 실리아 플로레스도 쿠바에서 암투병을 벌이고 있는 차베스가 베네수엘라로 귀국할 때 대법원 앞에서 선서를 하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취임식 연기 주장이 힘을 실었다.

디오다도스 카베요 국회의장은 10일 대규모 친 차베스 집회를 예고했다.

그는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이여 미라플로레스 궁 앞으로 오라"며 정부 수반들이 집회에 참석할 계획으로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당일 수도 카라카스에 올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야권은 대통령 당선자가 유고로 인해 임기 첫해인 1월 10일 국회의원들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이 30일간 대통령 업무를 대리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헌법 규정을 근거로 재선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1월 10일 국회의원들 앞에서 취임선서를 못하더라도 차후 대법관들앞에서 선서를 할 수 있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문제는 대법관 앞에서 취임선서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정확한 때와 장소를 밝히고 있지 않는 탓에 저마다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잠잠했던 현지 가톨릭계는 정부의 취임식 연기를 경고하며 야권의 입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가톨릭 주교회의는 7일 성명을 내 "국가의 선과 윤리의 방어가 걸린문제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키 위해 헌법을 바꾸는 것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주교회의는 "대통령의 계속된 병환은 국가의 정치, 사회적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