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동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경찰관들의 훈훈한 소식이 연일 계속되는 한파의 추위를 녹여주고 있다. 올해로 25년차를 맞는 수원중부경찰서 노송지구대 소속 김재정(47) 경사는 백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난 10월 갑작스레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현재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평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을 정도로 건강관리에 철저했다. 그러나 예고없이 찾아온 그의 증상은 심각했다. 김 경사는 "누구보다 건강했던 나에게 이런 일이 찾아올 줄 상상도 못했다"며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가 병마와 싸우는 동안 노송지구대 동료들은 그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직원들끼리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전달했고, 더 많은 동료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에는 김 경사가 근무한 적도 없는 과천경찰서에서 100장의 헌혈증을 보내왔다. 그의 동료가 경찰 내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안타까운 사연을 올린 덕분이었다.

▲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수원중부경찰서 노송지구대 소속 김재정 경사에게 오근환 노송지구대 대장이 동료들이 모은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나눔은 점차 확대됐다. 지난 연말에는 수원중부서 전 직원이 김 경사를 위한 모금 활동에 참여, 소정의 성금과 132장의 헌혈증을 전달했다. 노송지구대 오근환 대장은 "김 경사가 속해 있던 지구대 2팀에서 조그맣게 시작된 나눔이 어느새 우리 지구대 전체로, 또 중부서 전체로 퍼져 나가게 됐다"며 "우리 동료가 하루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들이 나눔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눔바이러스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노송지구대 민간협력단체인 생활안전협의회에서도 현재 김 경사를 위한 모금에 들어갔으며 다음주 중으로 성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김 경사는 무균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항암치료로 인해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을 되찾고 있다. 그는 "도움을 준 동료들이 너무 고마워 힘을 더욱 내려고 한다"며 "나뿐 아니라 이 곳에서 치료를 받는 모든 이들이 하루빨리 완쾌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