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인천순복음하모니교회에는 파키스탄 출신 목사가 있다. 1995년 외국인노동자 신분으로 인천에 온 아킬 칸(Aqeel Khan·45) 목사는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담임목사와의 만남이 삶의 전환점이 돼 신재 '다문화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최성규 목사와의 만남 '삶의 전환점'
결혼이주여성 배려·교육정책 아쉬움


외국인근로자의 신분이기도 했던 그는 인천의 다문화 정책의 변천사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다. 그는 목사 안수를 받은 뒤부터 외국인·다문화 예배 등을 담당해 왔다. 그는 현재 법원에서 통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현재 13살, 8살 두 아이를 두고 있다.

"저도 다문화 가족이고, 다문화 가족과 계속해 교류하고 있어요. 예전과 비교해 보면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발전했죠."

그가 처음 한국에 와서 공장에 근무할 때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형편없을 때다. 출근 시간 1~2시간 전 청소를 시키는 것은 기본이었다. 회식자리에서 강제로 산낙지를 먹여 질식할 뻔한 기억도 있다. 그 뒤로 칸 목사는 오징어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칸 목사가 지난 2000년 목회자의 길로 접어든 뒤에는 경찰서, 병원을 제 집처럼 드나들어야 했다. 중동계 외국인들이 각종 사건에 휘말릴 때가 많았다. 아파서 병원에 가도 소통이 불가능해 그가 찾아가 통역을 해야 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는 공장을 찾아 각종 민원을 해결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이 같은 일로 칸 목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줄었다.

"예전에는 정말 일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경찰서에 거의 가지 않아요. 그만큼 좋아진 거라 볼 수 있죠."

다문화에 대한 인식과 정책은 발전했지만 칸 목사는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의 남편들을 볼 때다. 한국어를 배우라고 윽박지르면서도 아내의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칸 목사가 본 한국인 남편의 모습이다. 인천 시내에 걸린 현수막이나 안내표지판에 외국어 표기가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교육 정책에 아쉬움도 있다. 일반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워 13살 난 그의 아들은 대안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비싼 학비 때문에 칸 목사의 걱정이 큰 상황이다.

"인천은 국제도시입니다. 그에 맞는 준비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기뻐요. 하지만 다문화가족의 작은 부분까지 배려해 준다면 더욱 살기 좋을 것 같습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