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총기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군용 공격 무기 거래를 금지하고 총기 구매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범죄 경력, 즉 전과를 조회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총기 소지 및 사용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 행사에는 총기 규제를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끌어온 조 바이든 부통령과 미국의 총기 폭력 및 학교 안전을 우려하는 편지를 백악관에 보낸 어린이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 중 하나인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또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인 1994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강도 높은 내용의 총기 관련 대응 방안이 마련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대책은 군용 공격 무기와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 금지,총기 구입자 신원 조회 및 정신건강 검사 강화, 모든 총기 거래 당사자를 상대로 한전과 조회, 학교 안전 조치 확대, 청소년 정신 치료 개선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시행하는데 5억달러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백악관은 추산했다.

그는 "총기 폭력을 줄일 방법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리고 구할 수 있는 생명이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는 그걸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듯 총기 소지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2조와 총기 소유자의 권리도 존중한다고 전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총기를 소지할 권리가 있고 그게 오랜 전통이며 수백만명의 책임감 있는 총기 소유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아울러 이런 권리에는 책임도 뒤따른다는 점을 오랫동안 깨달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각종 조치 중 의회 동의나 입법화가 필요 없는 23개 항목은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즉각 시행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즉각 서명했다.

각 학교에 무장 경비 인력을 두도록 권유하거나 총기 폭력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거나 총기 범죄에 대한 기소 등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번 조치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총기 폭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신원조회나 정신건강 검사 강화 등을 위한 법령 개정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

또 총기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지만 6년째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법무부 산하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국장에 토드 존스 국장 대행을 임명하고 의회에 인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핵심이자 실효성을 높일 공격 무기 및 10발 이상 탄창, 방탄 장비를 뚫는 탄알 금지 등의 고강도 항목이나 조치는 모두 법률 제정이나 개정 등 입법화 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미국총기협회(NRA) 등 관련 단체나 업계의 반발과 로비로 말미암아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의회가 행동을 취해야 하며 그것도 즉시 해야 한다. 미국민 대다수가 변화를 바란다"고 여론을 들어 의회를 압박했다.

신원 조회 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더 부과하는 등의 행정명령만으로는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TF를 통해 대책 마련을 주도했던 바이든 부통령도 "각계각층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나라의 양심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들끓는 여론이나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의회 공화당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대변인인 마이클 스틸은 "하원 법사위원회가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검토할 것이고 만일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원이법안을 통과시키면 하원도 훑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NRA는 성명을 통해 "이런 총기 규제 대책은 과거에도 항상 실패했으며 공공 안전과 범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