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은 야구장이 아닙니다. 문화체육의 복합적 공간입니다."
지난 21일 서울시 송파구 (주)스카이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하일성(63·(주)스카이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겸 야구 해설위원은 돔야구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10구단 유치를 놓고 두 도시와 기업들이 한국 야구의 중·장기 계획을 제시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높은 야구 열기를 대변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정성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22명의 평가위원회를 열었고,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지난 17일 수원시와 KT를 제10구단으로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시와 KT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서수원 일대에 돔구장 건립을 계획했고, 이에 야구인은 물론 야구팬들은 돔구장 건설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프로야구 10구단의 나아갈 방향과 창립 32년을 맞은 한국 야구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되어야 하는 지 하 대표를 만나봤다.
10구단 운영 어떻게 해야하는가?
수원시 인프라 구축에 초점 맞춰야
KT, 이미지 개선과 선수 운영 중요
구장 수익창출 위한 계획 세워야 해
야구 발전 위해 변해야 하는 것은?
경기 재미위한 양대리그 도입 필요
천만 관중시대 팬과 유대관계 맺기
구단들 다양한 상품개발·보급해야
하 대표는 그동안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힘써온 장본인이다. 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때부터 야구 해설가를 도맡아 한국 야구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고, 구수한 입담으로 야구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하 대표는 돔구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돔구장을 야구장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며 "1년에 야구 경기는 많이 잡아도 80일을 넘지 못한다. 그럼 나머지 285일은 그냥 놔둘 것인가. 문화적 공간을 만들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돔구장은 야구 시즌이 없는 겨울철이 더욱 바쁘다. 대형 콘서트와 문화행사, 그리고 지역축제 행사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추진되고 있다"며 "돔구장에서 치러지는 야구는 그저 일부분일 뿐 대부분 문화행사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국내에도 돔구장이 추진된다면 인구 수요가 높은 수도권에서 건립되는게 낫다"며 "수원과 KT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밝힌 돔구장 계획도 잘 따져보고 사전 조사를 철저히 거쳐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10구단의 수원시 유치에 대해서도 하 대표는 '야구팬과의 약속이 먼저'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그는 "프로야구 10구단 탄생은 한국 야구 역사 32년만에 이뤄진 쾌거"라며 "프로야구 10구단을 운영하는 KT는 KBO와의 약속을 지키는 의지가 필요하고, 수원시는 야구판이 지역에서 잘 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원시는 주로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KT는 기존 구단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선수 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대표는 KT가 5년 만에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만큼 프로야구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당시 프로야구가 어려운 시기에 KBO 사무총장을 맡았다"는 하 대표는 "KT는 지난 2007년 겨울 해체를 선언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고, 야구단 창단에 적극적이었다"면서 "그러나 KT가 자체적으로 이사회의 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일을 벌이면서 사태는 꼬였고 이사회의 반대로 프로야구 인수를 접게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 대표는 "당시 현대 유니콘스는 서울 입성이라는 프리미엄 혜택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프로야구 기반이 열악했다"면서 "이번 10구단 유치 경쟁이 가열되는 것을 보면서 깊은 감회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야구 10구단을 수원·KT로 결정 내린 KBO의 판단이 옳았느냐'는 질문에 하 대표는 즉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그는 "KBO의 판단이 옳고 그른 것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수원시와 KT가 지금의 야구 의지를 앞으로 어떻게 펼칠 수 있는가'가 먼저"라며 "훗날 KT가 프로야구에 많은 기여를 했다면 결과론적으로 잘 했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0구단 유치 경쟁에서 밀린 전북·부영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 대표는 "전북·부영도 수원·KT 못지 않게 많은 것을 준비하고 노력했다"며 "앞으로 전북에도 야구 붐 바람은 계속될 것이다. KBO에서 판단하겠지만 다양한 야구 행사 및 대회를 유치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10구단 창단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는 더 많은 기업이 프로야구 회원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머지않아 11·12구단도 창단될 것이다. 만약 부영그룹이 야구단을 운영하고 싶다면 우선순위를 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잠시 화제를 바꿨다. KT가 2015년부터 프로야구 정규리그에 참여하게 된다면 '한국 야구는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포스트 시즌 강화와 양대 리그 도입을 내세웠다.
2015년 프로야구 리그 운영에 대해 하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양대 리그로 가지 않겠냐"며 잘라 말했다.
그는 "아직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현재의 포스트시즌 제도는 정규리그 1위팀에게 유리한 형국이다. 그만큼 흥미가 떨어진다는 얘기다"라며 "포스트 시즌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양대 리그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1~4위팀이 진출한다. 3-4위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여기서 이긴 팀이 2위와 플레이오프를 거친다. 모두 5전 3선승제다. 이어 플레이오프 승리팀은 1위팀과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를 갖는데, 충분한 휴식을 취한 1위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올라온 승리팀보다 유리하다.
2006년부터 맡은 KBO 사무총장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해봤다.
하 대표는 "당시 국내 프로야구는 300만 관중수를 유지할 정도로 현저히 낮았고 야구 인프라도 열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잇단 승전보를 꼽았다. 그는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야구가 4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야구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면서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정점을 찍었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자 국내 프로야구도 붐이 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을 넘어섰다"며 "앞으로 프로야구 10구단이 가세하면 1천만 관중시대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 야구 발전에 대해 하 대표는 선수들이 장외에서 팬들과 좀더 많은 스킨십을 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몇년전만 해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메이저리그 소속의 유니폼과 야구모자 등을 구입해 쓰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국내 야구단 모자와 유니폼을 구입하는 팬들이 많아졌다"면서 "각 구단도 이제는 야구에 관한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보급해 팬들과 다양한 경로로 유대관계를 맺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하 대표는 "수원시와 KT의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한국 야구 발전에 밑거름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일성 해설위원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 체육학과 및 대학원 사회체육학과를 졸업한 하 대표는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이자 야구 해설위원으로 유명하다. 김포 양곡고 체육교사로 사회활동을 시작한 그는 1979년 KBS 배구 해설위원이던 오관영 씨의 권유로 동양방송(TBC) 야구해설위원으로 방송계에 입문했고, 1982년 KBS 스포츠국 야구해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장호 감독의 공포의 외인구단(1986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년), 역전에 산다(2003년), 아이스 에이지 2(2006년) 등 다수의 영화에도 특별출연 및 성우활동을 했다. 2002년 1월 심근경색으로 투병 후 3차례 수술을 했다.
2006년 5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제11대 KBO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2010년부터 스포츠 케이블방송인 KBS N 스포츠의 야구해설위원을 다시 맡고 있다. 또 2009년부터 (주)스카이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맡아 기업·대학 등에서 강연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신창윤기자 사진= 하태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