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해결보다는 치유와 회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호흡하고 어루만져주는 친근한 법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처벌 중심의 운영보다는
원인분석 따뜻한 정의로
선진사법제도 구축 온힘
곽종훈 의정부지법 법원장은 신년 인터뷰를 통해 "재판에 임하는 당사자들이 여입부모지가(如入父母之家·마치 부모의 집에 들어가는 것 같다)의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변론할 수 있도록 민사재판에서의 구술심리, 형사재판에서의 공판중심주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곽 법원장은 또 "지난해 수립한 법정언행 10대 좌우명이 실천될 수 있도록 법정언행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외국인도 쉽게 재판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자소송 활성화 등 국제적 수준의 선진 사법제도를 구축하겠다"며 친근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법원에 대해 연신 강조했다.
특히 곽 법원장은 "지난해 열린법정을 통해 관내 중학교를 찾았다가 법정용어의 생소함과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보고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누구나 공기 마시듯 생활속의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곽 법원장의 뜻에 따라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누구나 알기쉬운 재판안내' 소책자와 영문안내 책자를 발간했다. 재판안내서는 법원에 대해 궁금하거나, 의문나는 점을 상황에 맞춰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 시민 누구나 친숙하게 재판 절차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또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자체 캐릭터인 '청송이'를 만들었다. '청송이'는 목민심서 9편에 나오는 '청송'에서 따온 것으로 '억울한 사정을 말로 하소연하면 이를 귀담아 듣고 그 마음을 헤아려 다툼을 뿌리부터 바르게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청송이 역시 곽 법원장의 '친근한 법원' 의지에 따라 곽 법원장의 딸이 최초 시안을 작성해 완성된 것으로, 재판이란 다소 딱딱하고 엄격한 느낌을 줄이고 친근하게 다가서고자 하는 의정부지법 마음이 그대로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곽 법원장은 또 날로 심각해지는 성폭력·학교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바늘도둑이 소도둑' 범죄가 될 때까지 방치했다가 일벌백계의 엄중한 형벌을 가하는 처벌중심의 사법운영 보다 사법절차에서 원인을 분석해 그에 합당한 치료적 사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공기관과 협력해 조기에 치유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관내 가평중과 연천중을 직접 찾아가 재판을 진행하는 청소년과 함께 하는 찾아가는 열린법정을 최초로 실시했다. 또 올해부터는 법원견학시 모의재판이나 그림자 배심을 통해 비행 청소년으로 하여금 자신의 범죄나 심리상태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법정 참여의 기회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사형제도에 대한 견해를 묻자 "흉악범이라고 해서 형벌이 가지는 교육적 효과라든가 긍휼과 용서의 측면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지만 우리 사법체계가 형벌의 일종으로 사형제도를 수용하고 있는 것이 위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특히 당장 시급한 의정부지법 청사 이전 계획에 대해서는 "법원을 찾는 민원인들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의정부시 또는 양주시중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묻자 "남양주 지원의 개원과 의정부·양주·동두천의 통합 논의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경기북부지역의 행정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부지가 선정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끝으로 곽 법원장은 "재판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민원업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법원장으로서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해 도민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법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공통선에서 터 잡은 법치주의가 신선한 공기처럼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정부/김환기·김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