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혁명 2주년을 맞은 이집트가 깊은 분열과 대립으로 극심한 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혁명 발발 2주년인 25일(이하 현지시간) 전국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그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극렬시위로 모두 9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26일에는 지중해 도시 포트사이드에서 축구장 참사 재판 결과에 분노한 축구 팬등이 경찰서와 교도소를 습격하려고 해 최소 30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부상했다. 오는 4월 제헌의회를 구성할 총선을 앞두고 무슬림형제단 지지세력과 세속주의 세력 등 반대파 사이의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축구팬 사형 판결에 폭동 = 지난해 2월 포트사이드에서는 최악의 축구장 참사가 일어났다.

홈팀 알마스리와 카이로 연고 원정팀 알아흐리의 경기 후 홈팀 팬이 상대팀 선수와 팬을 공격하면서 일어난 폭동으로 74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26일 이 사건 피고인들인 알마스리 팬 21명에게 사형을 선고하자 포트사이드의 축구팬과 피고인 친척 등이 판결에 불만을 품고 경찰서와 교도소를습격하려 했다.

정부는 통제력을 거의 상실해 주요 기관과 시설을 힘겹게 방어하느라 급급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군중은 경찰서 3곳을 습격했고, 이들 피고인이 수감 중인 교도소를 공격하려 해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이집트 정부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적어도 30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다쳤다. 사망자 대다수는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내무부는 사망자 중 경찰관 2명도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알마스리와 다른 구단 소속 축구 선수 2명도 희생자에 포함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다급한 이집트 정부는 포트사이드 치안 유지를 위해 군부대를 투입했다.

◇혁명 2주년 맞아 이틀째 시위 = 26일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다시 충돌했다.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근처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돌과 최루탄을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전날 극렬시위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온 수에즈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서를 습격하려 했지만,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저지했다.

25일 이집트 곳곳에서는 수십만명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집권 세력인 이슬람형제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극렬시위가 불거졌다.

이날 하루 9명이 숨지고 적어도 530명이 다쳤다.

지난달 5일 이슬람주의를 대폭 강화한 새 헌법을 놓고 친정부세력과 반대파가 충돌해 8명이 숨지고 700명 넘게 다친 지 두 달이 채 못돼 유혈사태가 재발한 것이다.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근처 등지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고 수에즈와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이스말리야에서는 시위대가 정부 건물을 습격하고 무슬림형제단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26일 새벽 트위터로 "헌법 가치를 준수하고 폭력을 중단하라"면서 "의견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표출하라"고 당부했지만, 시위는 이틀 연속 이어졌다.

◇4월 총선 앞두고 혼돈 계속될 듯 = 이번 반정부 시위는 집권 이슬람주의자들에 반대하는 야당과 자유주의자와 좌파 등 단체가 모인 구국전선의 요구에 많은 시민이 호응하면서 일어났다.

구국전선은 오는 4월 예정된 총선을 거부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정치개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주에 다시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했다.

이들은 또 헌법 제정을 중단하고 '구국' 정부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혁명 후 2년이 지난 이집트는 여전히 치안 악화, 물가 인상, 높은 실업률 등에 국민의 불만이 쌓여 있다.

특히 무르시가 야권과 타협 없이 새 헌법 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끝내 폭발했다.

무르시가 혼란이 끊이지 않자 헌법 선언을 취소했지만 국민투표는 예정대로 강행해 끝내 통과시켰다. 세속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은 무르시의 '파라오 헌법 선언'이 정치적 권리를 해치며 소수자를 억압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 세력과 반대세력이 타협과 협상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