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과서 속에서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사진은 각 출판사들이 펴낸 중학교 '사회 1·2'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들이다.

인천공항·송도·차이나타운 등 소개
국제화·환경·다문화·남북관계 분류

탐구과제로 계양산 골프장 다뤄 눈길
평화위협 관련 연평도 포격 많이 등장

굵직한 사건마다 강화도가 한복판에
최근까지 전쟁의 역사와 함께 쓰여져

개항기때 모습 한페이지 할애하기도
피부에 와닿는 체험학습 필요성 보여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속의 '인천'. 그 모습은 어떨까. 교과서에 그려진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궁금했다. 우리 인천에 사는 초등학교 학생들은 4학년 때 '특별한' 교과서를 만나게 된다. 바로 '인천의 생활'이다. 인천시교육청이 발행한 사회과 탐구학습 교재, 이른바 '지역 교과서'다. 아이들은 이 교과서에서 인천의 어떤 모습을 마주하게 될까.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인천 이야기'도 살펴봤다. 다른 도시의 아이들은 교과서를 통해 인천이란 도시를 상상할 테니 말이다.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도시의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각 출판사들이 내놓은 중학교 '사회1·2'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전시본)를 펼쳐봤다. 검정(檢定) 교과서이다 보니 단원 주제는 동일하지만, 출판사마다 서술하는 방식과 내용 등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인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 북한의 기습 포격으로 폐허가 된 연평도 현지 모습.
# 사회 교과서를 펼치자…

'인천국제공항', '송도국제도시', '강화도 갯벌', '차이나타운', '항구도시', '연평도 포격'…. 중학교 사회1·2 교과서에 소개된 인천 '키워드'다. 이를 큰 범주로 묶어보면 국제화, 환경, 다문화, 남북관계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천재교과서가 펴낸 사회1 교과서는 '현장·탐구' 코너에서 바다를 메워 건설 중인 송도국제도시를 소개했다. 과거 송도 갯벌과 현재 빌딩숲 도시 모습을 비교한 2장의 사진은 학생들에게 '개발'과 '환경보전'이란 두 가치에 대해 묻고 있었다. (주)미래엔은 인천을 비교적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언론 보도를 인용한 인천시 부평구 다문화 사회의 모습이다. '관내에 무려 2,744가구에 이르는 다문화가정이 있으며, 이들 다문화가정 외에도 9,7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중략) 언어 교육 이외에 가족 간 결속력과 의사소통 강화, 한국 문화 이해 등을 위해…'.(문화일보)

다른 페이지에서는 '살아있는 다문화 이야기'(한국의 작은 지구촌)란 제목으로 서울시 용산구의 모슬렘타운 등과 함께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을 소개했다. '전통적인 화교 마을이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면서 중국인들은 현재의 선린동에 정착하여 살기 시작했다…'. 이 밖에 탐구 과제로는 인천 현안인 계양산 골프장 건설 문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다룬 교과서들도 많았다. 좋은책 신사고는 남북 분단이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두려움과 동북아 및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피해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사진 2

# 살기 좋은 도시란… 내 고장 인천은?

사회1 교과서에는 '살기 좋은 도시'를 주제로 한 단원이 있다. 교통·안전·의료·교육·주거·문화·환경 등이 그 지표로 제시됐다. 삶의 질을 판단하는 척도였다. 한 교과서는 경기 과천, 제주도 등이 국내에서는 삶의 질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는다고 소개했다.

세계화에 발맞춰 지역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도 있었다. 사회2 교과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도시 슬로건·특산물·관광자원·명소·역사적 인물 등을 꼽았다. 서울의 'Hi Seoul', 안성시의 '안성맞춤', 횡성군의 '한우', 남원시의 캐릭터 '성춘향과 이몽룡' 등이 각 교과서에서 성공적인 대표 브랜드 사례로 실려 있었다.

지역 축제도 도시 경쟁력의 하나로 평가됐다. 교과서는 이를 '지역화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이천 쌀 문화 축제, 보령 머드 축제, 진주 남강 유등 축제, 무주 반딧불 축제 등이 국내 대표 축제로 조명됐다. 인천 이야기는 아쉽게도 이 단원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 병인·신미양요의 격전지는 강화도와 그 앞바다였다.
# 한반도 역사, 그 길을 관통하다

인천만큼이나 역사적으로 사연이 많은 도시가 또 어디에 있을까.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이를 대변해 주는 듯했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굵직한 역사적 사건 때마다 인천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특히 강화도가 그랬다.

그 시작은 '고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 출판사들은 우리나라 최초 국가인 고조선을 소개하면서 강화도를 빼놓지 않았다. 고려시대 때도 강화도는 역사의 중심이었다. 특히 '대몽 항쟁기' 개경을 대신한 전시(戰時) '수도'였던 것이다. 지학사는 이렇게 기술했다. '고려에 무리한 조공을 요구하던 몽골은 사신의 피살 사건을 구실로 침략해 왔다. 이로써 40여년에 걸친 전쟁이 시작되었다. 최씨 정권은 강화도로 수도를 옮기며…'.

임진왜란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조선 한반도는 또다시 전란에 휩싸인다. 바로 '정묘·병자호란'이었다. 삼화출판사는 '조선이 후금에 적대하게 되자 후금은 광해군을 위하여 보복한다는 구실로 조선을 공격하였다(1627년).'고 서술했다. 이때 왕실과 관료들의 피란처가 강화도였다.

이후 후금은 국호를 청으로 고치고 조선에 군신 관계를 요구한다. 이를 거절당하자 청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조선을 침략해 왔다. 병자호란(1636)이었다. 청은 10년 전 전쟁을 잊지 않았다. 인조가 강화도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 길목부터 막았던 것이다. 결국 인조는 남한산성에 고립됐다가 결국 청 태종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조선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패전으로 기록되는 이 전쟁에서 강화도는 국운을 결정짓는 중대 갈림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 후기에 벌어진 '병인·신미양요' 격전지 역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인 강화도였다. 천재교육 교과서에서는 그래픽을 통해 당시 프랑스와 미국 함대의 침략로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사진 3

강화도는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강화도 조약'이 그 시발점이었다. 법문사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일본은 조선을…(중략) 개국시키려고 하였다. 이에 일본은 군함 운요호를 강화도에 파견하였고, 조선 수비군은 불법 침략한 운요호에 발포하였다. 이를 구실로 일본군은 초지진과 영종진을 파괴하고…'. 이 불평등 조약으로 부산에 이어 원산과 인천(1883년)이 개항됐다.

▲ 제물포 등 개항기 인천의 모습을 소개한 교과서의 한 쪽.
올해 인천 개항 130주년이 됐다. 제물포 등 개항기 인천의 모습을 소개하기 위해 한 페이지 전면(제목:역사 속으로)을 할애한 교과서가 눈에 띄었다. ┃사진 4

조선은 또다시 한반도 전역을 제국주의 열강들의 전쟁터로 내주게 된다. '청일·러일전쟁'이었다. 일본은 두 전쟁에서 인천을 만주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그 결과, 인천과 인천 앞바다가 전쟁의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는 인천 인물인 '이동휘'와 '조봉암' 등이 조명됐다. 그리고 한국전쟁의 전세를 일거에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에 이어 남북 분단 이후 '제1·2차 연평해전'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전쟁의 역사'와 길을 같이 한 인천의 유구한 역사가 교과서 속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다.

인천 고잔고등학교 김석훈(역사) 교사는 교과서 속 '인천 바로 알기'의 시작을 '우리 동네'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교과서 속에서 인천의 맨살까지 깊숙이 들여다보기는 어렵다"며 "일제 강점기라면, 남동구에 거주하는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역사를 공부해 보는 체험학습이나 역사 동아리 활동 등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인천의 생활' 들여다보니…
지역규모·인구변화 한눈에… 다문화이야기도 들려줘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인천의 생활'에서는 인천의 변화상이 한눈에 펼쳐졌다. 먼저 인천 행정구역을 표시한 두 지도(1936·2011년)가 눈길을 끌었다. 1936년 지도는 중구, 동구, 남구 일대만을 인천 영역으로 구분해 놓고 있었다. 지금의 서구, 계양구, 강화군, 옹진군 등의 지역이 편입되기 전 모습이다. 2011년 지도에선 인천 앞바다 매립의 규모를 엿볼 수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는 그 크기가 몇 배는 늘었고,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송도국제도시는 과거 바다였다.

인구 변화도 그래프를 통해 잘 나타나 있었다. '2010년 인천의 인구는 280만명이 넘습니다. 현재의 인구는 1970년에 비해 4배 정도 늘었습니다'. 교통 환경으로는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두 개의 다리(영종대교, 인천대교), 경인전철, 인천도시철도 1호선,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경인아라뱃길 등이 실렸다.

'함께 살아가는 인천'이란 단원에는 타 도시에서 인천으로 온 지역별 인구(통계청:2010년)가 나와 있다. 경기도가 6만7천9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4만6천82명), 충청도(1만914명), 전라도(8천33명), 경상도(7천105명) 등의 순이었다. 인천 다문화 이야기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 원어민 교사, 차이나타운 등이 그 예로 제시됐다. '외국인들은 언어와 생활 풍습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이들을 도우며…(중략) 우리 말과 문화를 익히게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글=임승재 사진=임순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