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27일 대만 군인 선발팀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대만 도류구장과의 '특별한 인연'을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26일 타이중에 입성하기까지 12일부터 2주 동안 도류시에 머물며 훈련 장소인 도류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는 동안 도류구장에서 각별한 인연이 여럿 이어졌다.

첫 번째 인연은 본진이 대만에 들어오기도 전에 한국인 사이에서 만들어졌다.

소속 구단의 체성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대표팀 불펜의 '키맨' 박희수(SK)가 1월30일 양상문 코치와 함께 도류에 미리 들어온 것이다.

박희수는 이곳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성균관대 야구부와 함께 머물며 훈련에 도움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부장은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흔쾌히 박희수를 받아준 덕에 복잡하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 박희수가 미국에서 조기 귀국하는 바람에 대표팀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인천 문학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도록 놔두자니 추운 날씨 탓에 제대로 몸을 만들 수 없고, 다른 구단의 전지훈련지에 보내는 것은 서로 결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대만으로 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양상문 코치와 박희수 단둘이 훈련을 진행하면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성균관대 야구부와 함께 숙식을 해결하고 불펜 포수까지 지원받은 덕에 박희수는 한 달 가까이 도류에 머물며 편한 마음으로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대학팀의 도움을 받은 KBO는 도류구장에서 새로운 인연으로 도움 주기에 나섰다.

외야 필드 옆에 불펜을 만들고 연습용 그물망을 들여놓아 열악한 훈련 시설을 보완한 것이다.

정 부장은 "도류구장에 와 보니 실내 불펜의 경우 마운드 상태 등이 훈련하기에 썩 좋지 않더라"면서 "우리 예산을 들여 외부 불펜을 만드는 등 시설을 개선했다"고 전했다.

그 덕에 도류구장에는 좌·우 파울지역에 각각 두 개의 마운드가 솟아오른 번듯한 불펜이 생겨났다.

이를 통해 대표팀 훈련의 효율성을 높인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전지훈련에서 도류구장을 사용할 국내 팀의 훈련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정금조 부장은 "대만은 경기장 시설이 좋은 편이고 사시사철 천연잔디를 유지할 수 있어서 국내 대학 팀 등에서 전지훈련을 많이 온다"면서 "그 팀들도 앞으로 더 좋은 시설에서 훈련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우리도 언젠가 또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과감히 투자했다"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도류구장 관리자들과 대표팀의 인연도 깊어졌다.

정 부장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관리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경기장 밖을 돌면서 펜스를 넘어간 공을 수거해 다시 쓸 수 있도록 모아 놓는 등 성실하게 챙겨주더라"면서 "우리도 푸짐한 선수단 식사를 대접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웃었다.

그 덕분에 도류구장 직원들은 한국 선수단 관계자들이나 취재진이 귀빈석 등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본격적인 대회의 공식 일정에 돌입하는 대표팀은 이제 도류구장에 돌아올 일이 없다.

특별한 인연을 맺고 도류구장을 떠나가면서 앞으로 이어질 우호 관계의 씨앗을 뿌려 놓은 셈이다. /타이중 <대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