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는 처음으로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보석'들의 활약은 빛났다.

2~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B조 경기에서 한국의 부진한 경기력에 답답해한 팬들의 가슴을 가장 시원하게 뚫어 준 선수는 단연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이었다.

오승환은 한국이 치른 세 경기에 모두 마지막 투수로 등판, 특유의 묵직한 직구를 힘차게 뿌려 상대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했다.

2⅔이닝 동안 안타는커녕 사4구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은 6개나 잡아내며 1세이브를 기록했다.

2009년 제2회 WBC에서 2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하고 2실점해 1패를 안은 오승환은 4년 만에 다시 찾은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해 아쉬움을 털어버렸다.

수많은 국제무대를 거친 오승환이 이미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라면 새롭게 등장해 주목받은 스타도 있다.

이번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왼손 불펜 요원 박희수(SK)가 주인공이다.

호주전을 제외한 두 경기에 등판한 박희수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지난 시즌 '홀드왕' 다운 활약을 펼쳤다.

볼넷 없이 안타 1개만을 맞았다. 삼진은 3개를 잡아 인상적인 국제무대 데뷔전을 끝냈다.

박희수의 활약은 특히 국제대회에서 왼손 투수의 활약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둬 온 대표팀에 류현진(LA), 김광현(SK), 봉중근(LG) 등의 뒤를 이을 '신형 엔진'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희소식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이던 호주전에 선발 등판해 소중한 1승을 챙긴 송승준(롯데)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으로 WBC 무대를 밟은 송승준은 "태극 마크에 먹칠하지 않겠다"던 말대로 강한 투지로 경기를 이끌어 팬들이 원하던 국가대표의 정신력을 잘 보여줬다.

대회 내내 답답한 모습을 보인 타선에서도 위안을 준 선수들이 있었다.

'영원한 해결사' 이승엽(삼성)은 2루타 3방을 포함해 4안타를 쳐 이번 대회에도 한국 대표팀의 기둥 노릇을 했다.

4일 호주전과 5일 대만전 모두 이승엽의 2루타를 시작으로 승리의 실마리가 풀릴 만큼 기여도가 높았다.

처음 WBC 무대를 밟은 강정호(넥센)도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대만과의 최종전에서 시원한 홈런 한 방으로 역전승을 이끌어 미안한 마음을 다소 털어냈다.

붙박이 4번으로 출전한 이대호(오릭스) 역시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5안타와 2타점을 올려 자존심을 지켰다.

이렇게 실패의 와중에도 빛난 보석들은 여럿 있었지만, 대표팀 성적이 좋지 못하다 보니 '스타 탄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다음 대회에서는 팀과 개인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한국 야구가 세계적인 스타를 다시 국제무대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타이중 <대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