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북적이는 음식점들 백호가 감싸는 형세
앞이나 뒤에 재산 의미하는 '부봉'까지 갖춰
여주 신륵사, 좌청룡·우백호 감싸안은 명당
강변따라 길게 이어진 카페들, 전망은 좋지만
풍수의 기본 '배산임수' 역행해 운영 어렵기도

흥하는 곳은 이유가 있다
명예를 상징하는 좌청룡 재물을 부르는 우백호

■흥망성쇠(興亡盛衰) / 한 집안이 번창하기도 하고 쇠락하기도 하는 것은 묏자리 하나, 집터 하나 잘쓰고 못쓰고에 달려있다


풍수지리학에서는 "흥망성쇠(興亡盛衰)에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한 집안이 번창하기도 하고 쇠락하기도 하는 것이 묏자리 하나, 집터 하나 잘쓰고 못쓰고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잘쓰고 못쓰고를 결정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따랐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리되어온 자연의 이치를 제대로 알고 자연에 순응하면 흥할 것이요, 자연에 역행하면 쇠할 것이라는 게 풍수지리의 시각이다. 경인일보는 풍수지리학의 대가 조광 선생과 함께 이 같은 풍수지리의 이치를 검증하러 나섰다.

앞으로 경기·인천지역은 물론, 전국 곳곳을 돌아보며 흥하고 쇠락하는 이치를 찾아본다. 좋은 묏자리, 좋은 집 터가 과연 어떤 것인지를 실제 현장을 돌며 살펴본다. 그 첫 편으로 남양주에서 양평을 거쳐 여주 신륵사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가 보았다. ┃편집자 주

한때는 손님들이 줄을 서던 곳이었다. 수도권에서 가장 사랑받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였다. 서울과 하남에서 양평으로 이어지는 강변길. 길게 이어진 강변 양쪽으로 수십년간 카페와 음식점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강변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재미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카페와 음식점을 차렸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썰렁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되는 듯하던 카페와 음식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어려움에 빠져들었다. 시원하게 밖을 내다보던 커다란 유리창에는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다른 많은 집들도 최근의 어려움을 증명하듯, 제대로 수리도 못한 채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광 선생은 이런 쇠락의 이유를 풍수의 이치로 설명했다.

▲ 풍수지리학상으로 명당의 조건을 잘 갖추고있는 여주 신륵사 전경. 좌청룡·우백호가 감싸안은 사찰 경내에 들어서면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듯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김종택기자
"골짜기나 강변에 지은 집 치고 인재가 나오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요. 강변의 카페와 음식점들이 보기에는 좋아보이죠. 손님들도 강이 바라다보이니 잠깐 차 한잔 하기 좋은 곳이에요. 하지만 막상 그 주인에게는 그렇지 못해요. 잠깐 잘될 듯하다가도 금세 어려움에 빠져들죠. 수많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수도 없이 주인이 바뀌고, 결국 문을 닫았어요. 자연의 이치를 모르고 역행했기 때문이죠."

남양주 팔당에서 강변을 따라 차를 달리다가 다산 유적지 인근 음식점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에 멈췄다. 저 앞으로 한강이 흐르고 강변과 조금 거리를 두고 도로가 운치있게 이어진다. 카페와 음식점들은 강과 도로 사이에 가장 많이 자리해 있다. 길 건너편 산쪽에는 음식점과 전원주택, 모텔들이 자리를 잡았다.

"저 강변의 음식점을 보아요. 강쪽이 낮고 전망이 좋으니 강쪽으로 창을 냈고, 드나들기 좋도록 도로 쪽으로 입구를 냈죠. 앞으로는 산을 보고, 뒤로는 강을 지고 있는 모습인데, 이 강을 따라 수도 없이 들어선 카페와 식당들이 거의 이런 구조로 돼 있어요. 그러니 어려워지는 겁니다."

조광 선생은 이들이 풍수에서 가장 기본으로 치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역행하고 있다고 했다. 산을 등에 지고 물을 바라봐야 하는데, 거꾸로 물을 등에 지고 산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돈이 잘 벌릴 리가 없다.

"도로 건너편의 식당이나 집들도 별로 좋을 게 없어요. 배산임수는 지켰지만, 거의 대부분 산자락 끝(맥이 끝나는 곳)에 자리해 있거나 골짜기에 들어가 있어요. 풍수를 모르는 무지(無知)로 인한 것이죠."

▲ 여주 신륵사 경내에 전시된 사찰 전경 항공사진. 신륵사가 좌청룡·우백호의 가운데 강을 바라보는 명당에 자리해 있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다시 차를 타고 양평 방향으로 잠시 달렸다. 강이 도로쪽으로 바짝 다가온 곳에 언덕길을 타고 양쪽으로 휴게소와 식당이 무더기로 몰려있다. 길에서 200~300m쯤 떨어진 야산에는 산을 뭉텅 깎아 전원주택단지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휴게소와 식당들에는 세워진 차들이 많지 않다. 전원주택단지는 개발이 진행되다가 멈춘 듯 썰렁한 분위기가 풍겨나왔다.

"이 많은 식당과 집들을 봐요. 거의 다 배산임수 역행으로 지어졌거나, 평지에 놓여 있어도 집 뒤쪽이 깎아지른 듯 낮아요. 비탈진 도로 옆에 지어진 집들은 도로를 바라보느라 앞뒤가 아닌 양옆이 높고 낮은 지형이고요. 역시나 풍수상으로 돈이 모일 수 없는 집들이죠."

비교를 위해 이번에는 잘되는 곳을 찾아 나섰다. 요즘 손님이 북적인다는 남양주의 한 순두부집. 점심시간이 안 된 시간이었지만, 주차장에는 차들이 그득했다. 이 집 역시 도로 옆에 자리해 있지만, 다른 집들과 달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집이 놓여 있는 방향이었다.

도로쪽으로 문이 나 있는 게 아니라 도로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입구가 나 있다. 식당 뒤쪽으로 야트막한 언덕이 있고, 언덕 줄기가 식당 오른쪽을 살짝 감싸고 내려왔다. 길 건너편으로는 오목한 밥그릇을 엎어 놓은 것 같은 작은 봉우리가 놓여 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백호(白虎)가 감싸고, 부봉(富峰)을 마주하고 있는 형세다. 부봉은 금성산(金星山)이라 하여 재물을 부르는 산이다.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에서 백호는 여성과 돈을 의미해요. 식당이든 집이든 돈이 모이는 곳은 모두 백호가 오른쪽을 감싸 돌고 있죠. 그리고 앞이나 뒤에 재산을 의미하는 부봉을 갖고 있어요. 이 집은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집이죠."

▲ 여주에서도 잘되기로 소문난 천서리막국수집은 돈을 의미하는 백호(白虎)가 식당 오른쪽을 감싸안고 있다.
다시 차를 타고 여주로 넘어가, 여주에서 가장 잘되는 식당이라는 천서리막국수집을 찾았다. 역시 식당에서 앞을 바라보면 오른쪽으로 낮지만 뚜렷하게 '백호'가 둘러쳐 있다. 영락없이 오른팔을 살짝 안듯이 구부린 모양이다. 그리고 저 앞쪽으로 마치 정원사가 깎아놓은 것처럼 단정하게 솟아오른 부봉이 자리해 있다.

"백호가 여성과 부를 상징한다면, 청룡은 남성과 명예를 상징하죠. 여주에서 가장 유명한 신륵사를 한번 가봅시다. 백호도 잘 둘러쳐 있지만, 청룡이 더 잘 감싸고 있어요. 신도가 많기도 하지만, 나라에서 알아주는 사찰이 될 수 있었던 게 그런 이유죠."

신륵사는 조광 선생의 설명 그대로였다. 대웅전에서 앞을 바라보니, 오른쪽으로 백호가 둘렀고, 왼쪽으로 청룡이 둘렀다. 백호도 잘 둘러있지만, 청룡이 좀 더 길고 안쪽으로 갈무리된 모습이다. 대웅전 앞으로는 남한강이 휘둘러 지나고, 멀리 앞쪽으로 명예와 권력을 불러들인다는 '일자문성(一字文星)'이 펼쳐져 있다. 명예를 부르는 명당이다.

"신륵사 경내에 서 보세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좋은 터라는 뜻이지요. 반면에 풍수에 역행한 식당이나 집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고 불안해집니다. 그런 곳에 오래 있으면 몸에 병이 들게 되지요."

▲ 광주 퇴촌면의 유명한 식당은 재물이 쌓여있는 모양의 부봉(富峰)이 집 뒤에 솟아 있다.
다시 차를 돌려 양평 읍내를 지나 강상면쪽으로 향했다. 역시 강상면 일대 강변에 자리한 수많은 카페와 음식점, 모텔들이 배산임수에 역행하거나, 골짜기나 산등성이를 타고 들어서 있었다. 조광 선생은 "수많은 집들이 열 번도 넘게 주인이 바뀌었거나 겨우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형편일 것"이라며 "이곳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이렇게 풍수에 역행하는 집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양평 바탕골미술관을 지나 퇴촌면으로 넘어가는 언덕길에서 또 다른 잘되는 식당 한 곳을 찾았다. 늦은 오후였지만, 역시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다. 식당은 입구를 길쪽으로 내지 않았다. 집을 옆으로 돌려 산 아래쪽으로 문을 내 앞이 트이게 했다.

자연스럽게 집 뒤는 산이다. 양쪽으로 능선이 둘러쳐 내려왔고, 눈앞으로 작은 개울이 식당을 감싸고 흘러내렸다. 역시 오른쪽으로 백호가 둘러쳐 감싸 안은 형국이었고, 집 뒤 언덕에는 볼록하게 솟아오른 커다란 부봉이 모양 좋게 자리해 있다.

부봉이 의미하는 것처럼 마치 재물이나 곡식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모양새다. "잘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다"는 조광 선생의 설명이 커다랗게 와 닿았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