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김연아는 강심장이었다.
2년만에 세계무대에 선 김연아는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막을 내린 2013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심판진의 어설픈 판정에도 불구하고 레미제라블의 웅장한 오케스타라에 맞춰 완벽한 연기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특히 김연아로서는 쇼트프로그램에선 초반에 연기하고 프리스케이팅에선 가장 마지막에 경기를 치르는 등 경기 운영에 상당히 불리했다.
게다가 심판들은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가 두 번째 과제로 수행한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롱에지(잘못된 에지 사용) 판정을 내려 0.20점을 깎아 완벽한 김연아의 연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연아는 당시 점프하는 순간 미세하게 흔들리긴 했지만 특별히 실수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차이였다고 판단했지만 심판진은 현미경을 들이대듯 트집 잡았다.

또 심판들은 김연아 이후 후반부에 연기한 주요 경쟁자들에게는 관대한 평가를 내려 '김연아 죽이기 아니냐'는 비웃음도 샀다.
아사다 마오(일본)는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이를 고스란히 인정받았고 가산점까지 챙겼다.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역시 한 차례 넘어지는 실수를 범하고도 무려 33.85점이라는 높은 예술점수(PCS)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김연아는 무난히 70점을 넘길 만한 연기를 하고도 69.97점을 받았고, 코스트너는 66.86점으로 2위에 올라 김연아를 추격할 발판을 얻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 경쟁자에 대한 심판들의 호의적인 판정은 계속됐다.

아사다 마오는 두 차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고 한 차례 롱에지를 지적받았음에도 프리에서만 134.37점을 얻어 종합 196.47점을 기록했다.
코스트너 역시 한 차례 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하고 마지막 살코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등 여러 번 실수했지만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131.03점이나 됐다. 코스트너의 PCS는 이날도 70.69점으로 높았다.
경쟁자들이 연달아 좋은 점수를 받은 탓에 마지막에 연기를 펼치게 된 김연아는 200점에 가까운 고득점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안았다.
연기를 시작하는 김연아의 표정도 긴장감 탓에 살짝 굳은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막상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자 김연아는 심판의 불합리한 판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신창윤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