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즉위미사 /AP=연합뉴스

청빈한 교황이 바티칸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청빈하고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교황 프란치스코는 19일 바티칸에서 열린 즉위 미사에서도 겸손하고 소탈한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

즉위 미사를 시작하기 위해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타난 교황 프란치스코의 모습은 전임 교황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교황의 흰색 수단(카속, cassock)은 레이스나 프릴 장식도 없이 단순하고 소박했다. 교황의 십자가 목걸이는 금목걸이가 아니라 그가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보좌주교로 임명됐을 때부터 사용해오던 철제 십자가다.

교황권의 상징인 '어부의 반지'는 과거 교황 즉위식에서 순금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도금한 은으로 만들었다. 어부의 반지 디자인도 새 교황을 위해 특별히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수십년 전에 디자인된 것이다.

새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와 가톨릭 순교자들이 흘린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신발도 신지 않았다.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는 붉은 신을 신지 않았으나 베네딕토 16세는 전통을 되살려 이 신발을 신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콘클라베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떠날 때 친구한테서 선물 받은 검정색 구두를 신었다. 당시 친구는 프란치스코의 신발에 구멍이 난 것을 보고 신발 한 켤레를 사줬다.

즉위 미사 때 입은 제의는 비싸지 않은 소재로 제작됐다. 제의를 만든 재단사 파올로 세르포네는 "교황이 바라는 대로 매우 소박한 제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로마의 귀금속 세공업자인 파올로 피시오티는 "새 교황이 금 등 귀중한 물건을 포기한 것은 종교적 상징 그 자체를 중요시하겠다는 교황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검소한 복장과 차림새는 아씨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자신의 교황명으로 선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복장은 프란치스코 성인을 기리는 의미를 갖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3세기 이탈리아 중부 아씨시의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향락을 쫓고 방탕하게 살다가 20세에 마음을 돌이켜 모든 사유 재산을 버리고 청빈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1209년 제자들과 함께 청빈을 목표로 한 '작은 형제들의 모임'이라는 최초의 수도회를 설립했다.

평생을 기도와 고행을 통해 봉사의 삶을 실천해온 교황 프란치스코의 소박함은 그의 과거 행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는 대주교 직에 오른 뒤에도 관저에 살지 않고 작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차량과 운전기사를 거부하고 털털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다녔다.

그는 로마에 있을 때도 붉은색과 자주색의 추기경 복장 대신 종종 수수한 검정색 예복을 착용하길 더 좋아했다. 자신의 추기경 복장도 전임자가 쓰던 것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