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대가 1954년 인천에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는 당시 '경인공업단지'가 인천에 있었기 때문이다. 인하대 졸업생들이 경인공업단지를 이끌어 나갈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한 것이다. 인천시도 시유지 41만3천790여㎡를 기부하며 대학 설립에 기여했다. /인하대 제공
인하대의 설립과 발전과정

시유지 기부받아 학교부지 마련
2년제 재편위기 지역전체가 맞서

인천대가 '국립법인' 되기까지

시민단체소송 등 시립화 도화선
서명운동·여론조사 '국립' 견인


'인천지역의 역사와 문화'. 인하대에 교양과목으로 개설됐던 과목 중 하나다. 인천의 역사와 문화 흐름을 통해 인천의 정체성을 규명하고 전통시대 인천사람들의 생활상을 탐구하겠다는 것이 이 과목의 목표다.

인천의 지정학적 특성, 유물로 보는 인천의 역사, 인천의 개항이 갖는 의미, 강화도 등 인천지역 문화유적 답사, 인천의 미래 등이 주된 강의 내용이다.

인하대의 설립 과정 등을 살펴보며 인천과의 연계성 등을 살피는 시간도 마련됐다. 1996년께부터 시작된 이 강좌는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때 한 학기에 두 강좌가 진행될 정도로 인기있는 교양과목이었다.

하지만 2013년 1학기, 이 강좌는 폐강됐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두 학기 모두 폐강됐다. 강좌가 열릴 수 있는 기준인 학생 수 30명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취업과 소위 스펙 쌓기 등의 영향으로 인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이다.

이 강좌의 강의를 맡았던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은 "인천의 역사를 인천지역 대학생들이 알아야 하는데,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며 "이런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천의 대학

인천지역의 종합대학인 인하대와 인천대는 인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대학이다. 그 이유는 이들 대학의 설립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하대의 역사와 설립과정, 현재의 모습 등을 담고 있는 '인하 50년사'는 인하대 설립의 중요한 기반 중 하나로 인천항을 통해 이주한 하와이 동포들의 노력을 꼽았다. 하와이 동포들의 기부금 15만 달러가 대학 설립의 기반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기반은 '인천'이었다. 인천에 '경인공업단지'가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하대에서 배출될 인재들이 경인공업단지를 이끌어 나갈 산업일꾼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는 뜻이 담겨있다고 인하 50년사는 설명하고 있다.

'인천'은 인하대가 학교 부지를 마련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인천시는 시유지였던 용현동 일대 41만3천790여㎡를 인하대 부지 설립 기성위원회에 기부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설립된 인하대는 개교 4년 만인 1958년 위기를 맞게 된다. 이승만 대통령이 산업 발전을 위해 4년제이던 인하대를 2년제의 직업학교로 재편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학 관계자는 물론 인천지역 유지들은 "동양제일의 공과대학을 지향하는 인하공대를 직업학교 수준으로 격하시키려 한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같은 반대여론에 인천시의회도 동참했다. 시의회는 건의서를 통해 "인하공대는 비단 인천만의 자랑이 아니오라 대한민국의 과학발전을 약속하는 한줄기 서광이었다"며 "인하공대가 지니고 있는 국가적 사명과 민족적 요청에 비추어 해교(인하공대)를 현 학제대로 존속하고 미비된 시설을 시급히 완비함으로써 동양제일의 공과대학이 되도록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고등학교장회와 인천시교육회도 인하대의 존치를 건의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인하대의 설립과 발전과정에 '인천'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천대도 시립화를 거쳐 오늘날 '국립법인'으로 거듭날 때까지 '인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인천대가 시립화되기 직전인 1992년, 최원식 인하대 교수를 중심으로 '선인학원 사태를 우려하는 인천시민의 모임'이 결성된다.

이 시민모임은 선인학원 정상화 촉구를 위한 인천시민 1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게 된다. 특히 이 시민모임은 선인학원 설립자 백인엽씨가 선인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990년 8월 법정화해 형식으로 재단기금 78억원을 유출해 간 과정이 기록된 서류를 발견, 감사원에 제시했다. 이같은 시민단체의 노력과 감사원의 종합감사는 인천대 시립화의 도화선이 됐다.

국립대 법인전환 과정에서도 '인천'의 역할이 컸다. 2005년 출범한 '인천대 국립화 범시민추진협의회'는 시민 1천44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조사대상의 82.3%가 인천대의 국립대 전환을 희망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인천대가 국립화 될 경우, 인천의 인적자원이 인천에서 더욱 순환하고 이들이 인천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여론을 보여줬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인천대 국립대 전환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은 서명운동 시작 보름여 만에 130만여명의 서명을 받는 성과를 나타냈다.

인천대의 국립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확인했고 이는 올 1월 인천대의 국립대 법인 전환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인천대의 발전에 '인천'이 있었던 것이다.

▲ 1979년 개교한 인천대는 1994년 시립화에 이어 올해 국립대 법인화까지 30여년간 변화를 거듭하며 '인천'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국제통상과 공학분야를 특성화하고 있는 인천대는 최근 문화대학원을 설립, 개항을 중심으로 한 근대문화연구를 시작했다. /인천대 제공
# 대학의 미래가 인천의 미래

물류, 통상, 근대문화, 공학 등은 인하대와 인천대가 특성화하고 있는 학문분야다.

인하대의 특성화 분야 중 대표적인 것은 '물류'다. 대학내 '아태물류학부'를 중심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인천국제공항의 입지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 글로벌 물류전문가를 배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해 '세계 10대 물류스쿨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인하대는 특히 2006년 '물류전문대학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인천대는 '통상'분야를 특화하고 있다. 인천대 동북아경제통상대학은 4년간 전체 학생에게 장학금과 기숙사 생활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1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인천대는 올해부터 '문화대학원'을 신설해 개항을 중심으로 한 인천의 근대문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공학분야는 인하대와 인천대의 시작과 함께한 학과라는 자부심이 큰 만큼 다양한 육성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의 미래를 이들 특성화 분야에서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들 대학의 특성화 분야는 항만과 공항, 공업단지, 개항의 역사 등이 자리하고 있는 '인천'과 직결된다. 대학의 미래가 인천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을 공부하는 정규수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을 향한 대학들의 관심이 더욱 요구되는 실정이다.

인천 학계 지역연구단체는…

1972년 기전 문화연구소 첫 발
현재 인천대·인하대 각각 운영
시민 대상 강좌도 활발히 진행


인천 학계의 첫 지역연구단체로는 인천교대(현 경인교대) 고(故) 박광성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기전(畿甸)문화연구소'가 꼽힌다.

1972년 12월 이 연구소가 처음으로 발행한 '기전문화연구' 창간사는 "아직까지 향토문화에 뜻을 둔 문화인들이 다같이 참여하는 문화단체나 회지가 없었음은 유감"이라며 "향토문화연구의 발전에 다소라도 공헌이 된다면 우리의 소망이 이뤄져 가는 것이라 믿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 경기도 일대를 의미하던 '기전'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이 논문집은 인천만이 아닌 경기도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인천·경기지역의 땅 이름과 전래동화, 민요, 방언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기전문화연구소는 최근까지 36권의 기전문화연구를 발행하며 지역문화연구를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인천연구'를 대표하는 곳은 인천대의 인천학연구원과 인하대의 한국학연구소 인천학연구실이다.

인천학연구원은 매년 두 차례 인천과 관련한 연구논문을 담은 논문집을 발행하고 있다. 2002년 첫 발행때부터 최근까지는 인천의 인문·역사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들어선 경제, 정치, 사회 등의 분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인하대 인천학연구실은 개항기 인천의 모습을 중심으로 연구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러시아에서 발간된 '바랴크 탄생과 전몰'이라는 책을 '제물포 해전과 바랴크'라는 제목의 번역본으로 발행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연구단체는 인천을 알리기 위한 시민 대상 강좌도 활발히 진행하는 등 시민들의 '인천 알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인천에 애착을 가진 교수들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목소리다. 인천 연구를 활성화하려면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천학연구원 남동걸 상임연구위원은 "인천을 연구하는 것은 인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재정 지원 등 다방면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이현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