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음악지원사업
무언가 가르쳐주려고 참여
지금은 오히려 배울게 많아
아이들에게 불가능은 없다

음악으로만 소통하기보다
대화하며 신뢰쌓는게 중요
단원들과 삶나누며 가고파


지난 18일 찾아간 부천문화재단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왁자하게 울려펴졌다. 한달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이 아이들은 '놀라운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다. 오랜만에 다시만난 어린 단원들은 지휘자에게 해맑은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는 공백 따윈 없었다는 듯 이내 악기를 들고 제자리로 찾아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난 2011년 전국 9개 지역에서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지원사업을 시작했을 때, 부천문화재단은 '놀라운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이에 동참했다.

지난해까지 오케스트라 교육사업은 19개 기관으로 확대됐고, 전국의 어린이 단원들은 지난 2월 다 함께 모여 합동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합동공연의 지휘자는 부천 놀라운 오케스트라의 채은석 지휘자였다. "지휘자로서의 꿈은 훌륭한 지휘자가 되는 것이지만, 일생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놀라운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삶을 나누며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채은석 지휘자를 만났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려고 시작했는데,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크게 깨달은 것은 아이들에게는 불가능이 없다는 것입니다. 목표의식이 있으면 무엇이든 해내요. 불가능을 만드는 것은 어른들이더라고요."

그는 독일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장애인 오케스트라나 교민을 위한 연주 활동에 힘을 보태며 문화나눔을 실천해왔다. 그래서인지 부천문화재단 관계자들은 "채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교육 사업의 취지를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열정도 넘치는 적임자"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1주일에 2번 오케스트라 수업을 위해 재단을 방문한다. 지난 2년동안 개인사정으로 수업에 빠진 것은 아내가 출산할 때 딱 한 번뿐이라고 한다. 지휘자와 단원들이 서로 안보이면 궁금하고 보고 싶어지는 사이라나.

그는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와 부천 소사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일반적으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절대권력'자이지만 놀라운 오케스트라에서는 통하지 않는 얘기다.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지휘를 할 때는 '예술가'일 수 있어요. 음악으로 소통하니까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죠.

그런데 여기서는 아이들과 바닥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음악 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해요. 음악보다는 신뢰가 먼저죠. 놀라운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음악을 배우는 과정에서 가능성을 찾고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오케스트라를 통한 교육사업은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엘시스테마'를 모델로 삼고 있다.

채 지휘자는 지난해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음악재단'의 초청을 받아 '국립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와 연주회를 가졌고, 다가올 10월 내한공연의 지휘도 맡을 예정이다. "그들과 연주하는 기분이란 놀라움 자체였어요. 우리의 꿈이 실현된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았죠.

머지않아 우리 단원들과도 그렇게 연주할 수 있을 거예요. 10월 협연을 위해 6월쯤 전국 단원들이 오디션을 치를 거예요. 또 한번 성장할 계기가 될겁니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