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04년 파키스탄 영공에서 무인살상기(드론) 사용을 허가받는 조건으로 파키스탄 반군 지도자를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위해 CIA는 파키스탄 정보기관과 드론 사용에 관한 밀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2004년 파키스탄 파슈툰 반군 지도자인 네크 무하메드가 드론 공격에 의해 처음으로 사망했다. 당시 그는 하늘에서 날아온 정체모를 금속 물체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곁에 있던 10세, 16세 소년 두명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당시 파키스탄 군사 당국은 자신들이 무하메드를 포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공격 당사자는 미국이었다. 이로써 무하메드는 미국이 원격 조정한 무인살상기로 살상당한 첫 피해자가 됐다.

당시 파키스탄군 정보기관과 미국 CIA간 밀약에는 미국은 무인살상기를 통한 미사일 공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당시 미국은 파키스탄 내 연방부족 자치구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추적하는 중이었고, 파키스탄 정부 역시 이 지역에서 급속히 세를 넓히던 무하메드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다.

이 사건은 9.11 이후 정보 수집에서 준 전투조직으로 탈바꿈해오던 CIA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은 테러범들의 비밀감옥 투옥과 물고문 등으로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CIA 내부에서 작성된 내부 보고서조차 향후 CIA 직원들이 국제 전범재판 등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을 정도였다.

이에 CIA는 테러범들을 생포하는 대신 이들을 현지에서 제거하는 방법을 타개책으로 내놓았다. 무인살상기가 전면적으로 사용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후 미국은 파키스탄에서만 수 백차례 드론을 띄워 민간인 등을 포함한 수천명을 살상했다.

드론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테러 전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드론의 정확성에 대한 현실적, 도덕적인 우려도 있다.

전직 CIA 간부 로스 뉴랜드는 "(드론 공격은) 더이상 정보기관의 활동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정보기관이 직접 해외에서 살상에 나서면 인적 관계를 통한 정보 수집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