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간) 2차례 폭발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40명 이상이 부상, 미국이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인들은 알 카에다 요원들이 미국적 비행기를 납치해 뉴욕시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충돌시킨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대의 공포에 휩싸였다. 사진 왼쪽은 이날 보스톤 폭발현장에서 한 시민이 걸어나오는 모습(The Daily Free Press, Kenshin Okubo 촬영), 오른쪽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서 시민들이 서로 부축해 걸어나오는 모습. /AP=연합뉴스

2001년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타워가 허무하게 붕괴하던 장면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전격 수정하는 계기가 됐다는 데에는 거의 이론이 없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의 편에 서지 않는 국가는 미국의 '적'이 되며, 미국의 테러 대응 군사 작전에 도움이 되는 국가들은 과거를 불문하고 '친구'가 됐다.

9.11 테러 이후 달라진 미국의 대외정책은 '부시 독트린'이라고 압축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한반도 문제도 그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세력이 포진한 중동 쪽에 에너지를 주력하던 미국 정부로서는 북한 문제를 후순위 과제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 후반기, 미북관계는 급속히 개선되면서 한반도의 해빙무드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에 몰두해야 하는 부시 행정부 시절 한반도 상황은 한동안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15일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사건도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알 카에다 등 중동 테러집단의 소행으로 판명될 경우 중동의 평화정착을 위해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순방하고 돌아온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에 장애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보복에 나서야 하고 그 경우 중동지역에서의 반미감정의 고조, 나아가 중동과 미국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는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행위(heinous and cowardly act)"라면서 "폭탄이 무고한 시민을 겨냥했다면 이는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연방수사국(FBI)이 이번 테러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 뒤 "우리 국민에게 해를 입히는 이는 그게 누구이든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테러 배후조직의 존재 여부와 정체 등에 따라 오바마 외교ㆍ안보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추진해온 '이슬람과의 화해'에 대해 미국 내 보수파들은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을 간과한 유약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이 피습돼 4명의 외교관이 살해당하자 공화당은 강력한 톤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했다.

외국의 테러조직이 아닌 미국 내 자생적 테러조직의 소행으로 밝혀지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의 테러 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또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를 수용해 국방ㆍ안보 예산을 대폭 감축하게 한 것도 공화당의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대화로의 출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 문제도 여파를 피하지 못할 수 있다. 테러에 예민해진 미국입장에서 '불량국가' 이미지가 강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여론이 높아지면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속도 조절 또는 궤도 수정이라는 변수가 생길 여지가 있는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