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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ㆍ공화 양당 상원의원 8명으로 구성된 '초당적 이민개혁 8인그룹'이 11일(현지시간) 쟁점을 모두 해소, 지난 수개월간의 협상을 마치고 이민법안 작성의 세부 사항을 보좌진에 맡겼다. 사진은 지난 1월 워싱턴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가운데) 등 8인그룹 상원의원들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
미국 상원의 초당적 이민 개혁 포괄 법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2011년 12월 31일 이전 입국한 불법 체류자 가운데 최소한 2천달러의 벌금을 내고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평균 13년 이후에 시민권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오후 이민 개혁 법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한 존 매케인(공화ㆍ애리조나) 및 척 슈머(민주ㆍ뉴욕) 상원의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법안 내용을 들었다.
이 두 의원은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의원, 또 민주당 소속 로버트 메넨데즈(뉴저지), 딕 더빈(일리노이), 마이클 베넷(콜로라도) 의원과 '8인 위원회'를 구성해 이민 개혁안을 손질해왔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합의한 법안은 일정액의 벌금을 내고 다른 조건을 갖춘 불법 체류자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고 추가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 경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8인 위원회는 1천100만명의 불법 체류자가 시민권을 획득할 길을 열어주자는 민주당의 정책과 엄격하게 관련 법령을 적용하자는 공화당의 주장이 균형을 이룬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2011년 12월 31일 이전에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 가운데 전과 조회를 통과하고 세금과 벌금을 소급 납부하면 임시 신분 신청이 허용된다.
또 이런 신분으로 10년이 지나고 그에 해당하는 더 많은 벌금을 내는 한편 영어를 습득하고 미국 내에서 정기적인 피고용 상태를 유지한다면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을 준다.
농업 노동자나 어릴 때 불법 입국해 대학을 다니거나 군대에서 근무한 경우에는 간소화된 시민권 취득 절차를 적용한다.
이 계획에 따르면 기존 불법 체류자가 미국 시민권을 얻는 데 평균 13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법안은 공화당 요구대로 국경 경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시 말해 매년 3만명 이상이 적발되는 '고위험 국경 구간'의 체포율이 5년 이내에 90%를 넘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경 순찰대원이나 감시 무인기 추가 배치 등에 30억달러를 투입하도록 했다.
복잡다단한 비자의 종류도 단순화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두 의원을 면담하고 나서 성명을 내고 공식적으로 이 법안을 지지한다면서 의회에 시급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법안은 명백한 타협안이고 나를 포함해 아무도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는 없다. 내가 그동안 제시했던 포괄적 이민 개혁 원칙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원이 이 법안 심의 등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나 또한 포괄적 이민 개혁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현실화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루비오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법을 위반한 데 대해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사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거의 30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이민 개혁이 이뤄지게 된다.
1986년 불법 체류자 300만명이 대거 합법으로 양성화한 이래 의회는 몇 차례 이민 정책 변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패트릭 레히(민주ㆍ버몬트) 상원 법사위원장은 이달 22일 법안에 대한 첫 청문회를 열고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 장관의 증언을 듣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마련된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피하는 데 필요한 60표의 지지를 얻더라도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의 문턱까지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화당은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에 대한 경비 강화 등의 대책이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기 전에 우선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프 세션스(공화ㆍ앨라배마) 상원의원은 "협상안을 놓고 열띠게 공방할 준비가 돼 있다. 이 나라에 불법적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어떤 혜택도 줘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라마 스미스(공화ㆍ텍사스) 하원의원도 "불법 체류자 거의 전부를 사면하고 합법화하는 이 법은 치명적으로 흠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주요 패인 중 하나가 소수민족 유권자의 몰표를 오바마 후보에게 내준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 공화당이 결국 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방송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64%가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을 얻을 길을 허용하자는 의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