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집단 참배를 거리낌없이 지지한 아베 총리. /연합뉴스
미국 유력 일간지들이 27일(현지시간)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른바'침략 망언'으로 불거진 일본 정치권 등의 우경화에 대해 사설을 통해 강도 높은 어조로 일침을 가했다.

또 프랑스의 르 피가로도 최근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지난해 집권 후 많은 기대를 받았고 경제와 국방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으며 부응했으나 최근 삐뚤어진 역사인식으로 자신이 이룬 모든 진전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지난 23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소위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중국 당국자들은 이에 격분하고 있고, 이는 이해할만한 반응"이라고 평가한 뒤 "물론 역사는 늘 재해석되지만 사실(fact)은 있다"면서 "일본은 한국을 점령했고, 만주와 중국을 점령했고, 말레이 반도를 침공했고, 침략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특히 "독일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역사를 정직하게 받아들이면서 유럽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는데 왜 일본의 일부 진영은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반문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국과 중국도 때때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자국 내의 반일감정을 부추긴다"면서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자기 역사를 스스로 왜곡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 아베 총리가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지지했다. 사진은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23일 "야스쿠니신사는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곳이자 전쟁을 미화하는 시설"이라면서 일본 일부 각료에 이은 여야 국회의원 168명의 이날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아베 총리의 '자기파괴적 수정주의'(self-destructive revisionism)의 핑계는 될 수 없다"면서 일본 우익의 주장을 '역사인식의 부재'(an inability to face history)로 규정했다.

이밖에 신문은 아베 총리가 군(軍) 현대화와 헌법 개정 등을 검토할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제국주의 향수를 즐기고 있다면 국내 개혁을 이룰 수 없고 이웃국가들의 의심을 누그러뜨릴 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사설과 함께 서울에서 열린 한국 국민의 아베 총리 규탄 시위 사진을 게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한 사람의 침략은…'(One Man's Invasion is…)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잇단 '과거사 역주행' 행보를 통렬하게 야유했다.

신문은 2차 세계대전을 누가 일으켰는지는 지구가 태양을 도느냐에 대한 의문과 마찬가지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고 보는데 유독 아베 일본 총리만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아베 총리가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지지했다. 사진은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야스쿠니신사 참배까지 정당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지난 25일 외교부에 초치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가 우리 정부의 엄중 항의를 받고 나서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면서 아베의 역사적 상대주의 이론은 진주만 공습과 필리핀 역사상 최악의 희생자를 낸 '바탄 죽음의 행진', 중국에서 자행된 난징대학살 등의 생존자들을 경악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WSJ는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잔혹행위를 오래전에 용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의 과오를 잊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특히 한반도의 위기 상황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 아베 총리가 잇달아 망언을 내놓으면서 동북아 질서를 어지럽히는 데 대해 우려했다.

저널은 비록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이긴 하지만 아베의 '수치스런(disgraceful) 발언'은 더는 국제사회에 일본의 친구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아베 총리가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지지했다. 사진은 지난 아소 부총리(가운데 오른쪽)가 21일 저녁 야스쿠니신사 배전(拜殿) 앞에서 참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프랑스 르피가르 신문은 27일 국제면 기사에서 "개혁주의자인 아베 총리가 반동주의자가 될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아베 총리가 작년 12월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자신이 일본 극우진영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잊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베가 최근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집단 참배를 거리낌없이 지지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묻혔던 국수주의자의 모습이 최근 다시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아베의 지지 발언에 일본에 침략당한 한국과 북한, 중국 정부가 크게 분노했다면서 한국 외교장관의 일본 방문 취소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비난 발언을 소개했다.

르피가로는 아베가 현재 아주 어렵게 돼 있는 개헌 절차를 간소화한 후 방어 임무만 할 수 있는 자위대를 정규군으로 전환하는 조항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아베 총리가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지지했다. 사진은 일본의 여야 국회의원 168명이 지난 23일 오전 8시 1분 야스쿠니신사 춘계 예대제를 맞아 집단 참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아베 총리가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지지했다. 사진은 일본의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의원 168명이 23일 오전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를 맞아 집단 참배하고 있는 모습. 맨앞은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 /연합뉴스

 
 
▲ 아베 총리가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집단 참배를 지지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오전 8시 22분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일본의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의원들이 참배를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