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품 후가공 업체서 시작
통큰 재투자로 제품 국산화
세계 각지서 기술 배우러와


'남다르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보통의 사람과 유난히 다르다. (주)연우의 기중현 대표는 이 단어가 꼭 어울린다.

1983년 세워진 연우는 화장품 용기 후가공 업체였다. 일본산 펌프형 화장품 용기(펌프 용기)를 들여다 일부분에 알루미늄을 덧대는 일을 했다.

"펌프 용기를 처음 본 순간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일이 어떤 건지 잘 몰랐던 때였지요. 몰라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

펌프 용기에 빠진 기 대표는 물불 가리지 않고 기술개발에 몰두했다. 그렇게 1년 반.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는 펌프 용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의 제품 국산화 성공을 시장에서도 흥미롭게 여겼지만 제품 불량이 많았다. 납품을 한 뒤 불량 때문에 회수한 적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나서 기술제휴를 맺어줬다. 제품의 질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국산화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불과 2~3년 사이 산전수전 다 겪은 연우와 기 대표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성장했다. 무엇보다 통 큰 '재투자'를 실천하며 오늘날의 연우를 있게 한 '진공용기'를 만들어 냈다.

"화장품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용기에 있던 호스를 과감하게 없앴습니다. 피부에 화장품이 닿을 때까지 최상의 청정한 상태로 보관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떠올린 아이디어가 제품화된 사례입니다. 이 제품을 계기로 하청업체가 아닌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발돋움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연우는 달라졌다.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화장품 용기 가격을 연우 쪽에서 제시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외국에서 배운 기술이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겪으며 이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게 됐다.

거꾸로 기술을 배우러 온다"며 "음식처럼 화장품 성분과 용기 원료 사이에도 '궁합'이란게 있다. 그래서 고기능성 제품이 다수 개발되며 용기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연우는 이미 다양한 물성(物性)에 대한 연구를 끝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연우는 세계인의 믿음을 얻었다. 세계 20대 화장품 브랜드 중 17곳이 정성껏 만든 화장품을 연우의 용기에 담는다. 세계 10대 브랜드는 전부 연우를 택했다.

"신뢰를 키우고 감각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다른 이에게 변하라고 말하기에 앞서 먼저 변하자고 항상 생각합니다."

2001년 200여명의 직원을 남겨 두고 어학연수를 떠난 배짱, 감성지수를 높이기 위해 선택한 문화예술 교육 과정. 모두 기 대표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회사 운영 방식도 '그'답다. 회사 규모가 커지며 연우도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기 대표는 그마저도 '재미'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그는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대기업보다 빨리 눈 뜬 것 같다.

연우의 모토는 '출근이 즐거운 회사'다. 우리는 포옹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게 아침 인사다. 노래를 틀고 춤을 추며 인사한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연우는 식품, 제약시장에도 진출했다. "우리가 뻗어나갈 시장은 무한하고, 좋은 직원들을 만난 덕분에 아이디어도 넘쳐납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수많은 아이디어 메모가 붙은 보드판이 그의 당당함을 뒷받침했다.

/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