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 중앙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며 도라지와 더덕 등을 팔고 있는 이복희 할머니. 이렇게 모은 돈으로 마련한 4억5천만원짜리 건물을 선뜻 장학기금으로 내놔 주위를 숙연케 했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유언으로 결심
무기명으로 쌀 기증해 온 '기부천사'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하려했는데…."

자신의 전 재산인 부동산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안양시에 기증한 노점상 이복희(69) 할머니의 선행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 감동의 물결이 일고 있다.

안양 중앙시장(안양4동)에서 도라지와 더덕 등을 팔며 30년 넘게 노점상을 해온 이씨는 지난 15일 오후 최대호 안양시장을 방문, 안양인재육성장학재단에 기증하겠다며 4억5천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선뜻 내놓았다.

사실 이씨는 자신의 선행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않아 기증식을 반대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선행은 본받아야 한다며 설득, 어쩔 수 없이 기증식에 응했다.

"자신의 삶이 넉넉하지 않았던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워 면학의 꿈을 이어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늘 가슴 아팠다"는 이씨는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에게 소중하게 사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젊은 시절 남편과 사별한 이씨는 힘들게 모은 돈으로 건물을 사 1층 점포 2곳은 세를 놓고 방 2개짜리 2층에서 홀로 살았지만, 3년 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좋은 일에 쓰기로 마음먹고 집을 내놨다.

이씨는 "안 먹고 안 입어 어렵게 마련한 자택인 만큼 애착도 크지만 생활고로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면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씨의 선행은 이뿐 아니다. 오래전부터 동주민센터에 무기명으로 어려운 이웃돕기 쌀을 기증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할머니는 기부천사였다.

안양시인재육성장학재단은 이씨의 고귀한 뜻을 살려 '이복희 장학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세를 놔 매월 받는 돈으로 조부모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에서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 등을 이복희의 이름으로 돕는다는 계획이다.

안양/이석철·이준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