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강화·대청도 등에서
16회 바다그리기대회 참여
강화어린이 해군 많이 그려
"군인 바다 지켜줬으면…"


'바다는 내 친구!'

섬 아이들에게 바다는 '놀이터'이자 '배움터'다. 바다를 가까이에 두고 지내는 만큼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또래보다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제16회 바다그리기 대회'가 열린 25일 인천시 중구 영종도 덕교선착장. 평소 같으면 스무척 정도의 작은 어선들만이 오가는 조용한 선착장이지만, 이날만큼은 온종일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섬 아이들은 바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다는 김혁준(12·삼목초 6)군은 할머니가 항구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도화지에 담았다.

할머니의 양쪽 옆에는 조개, 갈매기 등 자신이 본 바다 풍경을 그렸고, 뒤로는 노을이 지고 있다. 김군은 "바다는 넓은 만큼 많은 것을 품고 있고, 또 많은 것을 우리에게 나눠주고 희생한다"며 "바다를 보면 항상 나눠주고, 희생하는 우리 외할머니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강화군 외포항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바다그리기 대회가 열렸다. 강화도 아이들의 그림에서는 유독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접경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일까. '대한민국 해군', '대한민국 유람선' 등의 표현은 불안한 한반도 정세와 국방의 중요성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투영된 것으로 보였다.

'대한민국 해군' 함정을 그린 박영준(내가초 4)군은 "북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불안한 생각이 든다"며 "군인 아저씨들이 바다에서 나라를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해군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했다.

서해 5도서인 옹진군의 작은 섬 마을 대청도에도 바다그리기 대회 도화지가 보내졌다. 대청초등학교는 앞서 지난 20일 2·3교시에 전교생 41명이 포구로 나가 흰색 도화지 위에 상상의 나래를 펴는 시간을 가졌다.

대청도만 해도 육지까지 뱃길로 4시간이 넘는 곳이다. 경인일보는 늘 바다와 어울려 지내는 섬 아이들이 정작 바다그리기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도서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매년 학교에 도화지를 미리 보내주고 있다.

올해에도 백령초, 북포초, 백령중·고, 연평초, 연평중·고, 덕적초·중·고, 영흥초, 영흥중·고, 신도분교, 자월분교, 승봉분교, 이작분교, 소청분교 등 500명 이상의 학생이 학교와 선착장 등에서 그림을 그렸다.

박성환(11·대청초 5)군은 "매일 학교 가면서 바다를 무심코 봐 왔다"며 "직접 그림을 그리니까 바다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홍현기·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