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박영근 시인의 부인 성효숙 작가가 박영근 시인의 시비가 세워진 인천시 부평구 신트리공원에서 박영근 시인을 추모하고 있다.
전집 출간·문학상 제정 등 추모사업
부평 4동에 문학관 설립도 본격 추진
"노동시 이전에 존재 대한 성찰 노래"


'솔아 푸른 솔아'의 작가이자 노동시인으로 잘 알려진 고(故) 박영근(1958~2006) 시인의 7주기 추모 및 시비 건립 1주년 행사가 최근 그가 평소에 즐겨 찾던 인천시 부평구 인천북구도서관 옆 신트리공원에서 열렸다.

그의 대표작 '솔아 푸른 솔아(백제6)'가 육필로 새겨진 시비 앞에서 고 박영근 시인의 부인이자 노동미술작가이기도 한 성효숙(55·여)씨를 만났다.

성 작가는 "박 시인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박영근 시인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지난해 시비 건립을 기점으로 박 시인의 전집 출간, 박 시인의 시정신을 기리는 문학상 제정 등 여러 추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부평4동에 있는 고인의 집을 문학관으로 꾸미자는 제의가 들어와 이를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성 작가는 이 같은 추모활동을 통해 고인이 대중에게 좀 더 널리 알려지길 소망하고 있다. 고 박영근 시인은 제12회 신동엽창작기금(현 신동엽문학상)과 제5회 백석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문단의 인정과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으로부터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성 작가는 "박 시인은 흔히 노동시인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작품은 노동시이기 이전에 존재에 대한 성찰이다"며 "시가 쓰일 당시의 시대와 현재의 피폐해지고 어두워진 삶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담겨 있는 박 시인의 작품들이 현재에도 읽혀야 하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박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1984)'와 두 번째 시집 '대열(1987)'은 1980년대 치열했던 노동운동의 실상을 담았다.

노동자 내부의 분열을 그린 세 번째 시집 '김미순 전(1993)'과 1990년대 이후 사회주의의 몰락과 인천의 운동권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네 번째 시집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1997)'는 변화된 시대에 대한 박 시인의 고민과 고통이 엿보인다.

성 작가와 박 시인이 헤어져 있던 당시 나온 다섯 번째 시집 '저 꽃이 불편하다(2002)'와 유고시집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에 대해서 성 작가는 "노동시이기 이전에 존재에 대한 아픈 성찰이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성 작가는 고인의 시 가운데 한 작품만 꼽아달라는 요청에 "박 시인의 시들은 어느 한 작품만을 선택해 애송할 수가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이어 성 작가는 "모든 작품을 전반적으로 읽으며 시인의 삶의 흔적과 성찰을 느껴야 한다"며 "모든 작품이 쉽게 다가갈 순 없지만 귀한 시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 작가는 "박 시인은 생전에 시의 몸으로 고통을 통과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다음과 같은 문구를 읊었다.

'가다가 가다가/ 울다가 일어서다가/ 만나는 작은 빛들을/ 시라고 부르고 싶다.(첫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에 수록된 '서시' 중에서)'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