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로.
남태령 표석에서 시작… 우거진 숲과 첫걸음
가장 짧은 인덕원길은 1시간이면 완주
백운호수·해우재 곳곳에 볼거리 많아
수원 절경중 하나인 항미정 석양에 발길 멈춰


▲ 제1길 한양관문길.
# 제1길 한양관문길(남태령 표석~인덕원 옛터 : 8.7㎞)

=경기도 삼남길의 시작은 한양으로 들어서는 관문인 남태령 표석에서 시작한다. 남태령 표석에서부터 시작되는 삼남길의 처음은 과천시가 조성한 '남태령 옛길'과 겹친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이 전원주택들과 어우러져 시원하고 편안한 길이다. 과천동 주민센터를 지나면 구불구불 관악산 둘레길이 이어진다.

관문체육공원을 지나 온온사로 이어지는 길은 아파트를 낀 이면도로이지만 잘 정비돼 걷기에 좋다. 과천성당을 지나 만나는 온온사는 정조임금이 능행차 때 잠시 쉬어가던 곳이기도 하다.

과천향교에서 정부과천청사를 지나 가자우물(찬우물)까지 가는 길은 대부분 농촌길의 느낌이 나는 한적한 길이다.

가자우물은 정조가 "물 맛이 훌륭하다"고 하여 당상의 벼슬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시원하고 물 맛이 좋아서 목을 축이고 가기에 좋다.

▲ 제2길 인덕원길.
# 제2길 인덕원길(인덕원 옛터~백운호수 입구 : 3.5㎞)

= 인덕원은 과천과 안양, 의왕을 잇는 경기남부 교통의 요지로 옛 문헌에도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옛날부터 주막과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던 곳에는 역사를 알려주는 인덕원 표석이 서 있다.

인덕원터 표석에서 인덕원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백운호수 방면으로 가는 삼남길 제2길은 대부분 학의천을 따라가는 천변길이다.

천변길은 잘 정비돼 걷기에 좋은 길이고, 중간중간 주민들을 위한 운동기구와 쉼터 등이 설치돼 있어 나름 재미가 있다.

구간의 끝에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백운호수가 기다린다. 삼남길 10개 구간 중 가장 짧은 코스여서 1시간 남짓이면 구간을 둘러볼 수 있다.

▲ 제3길 모락산길.
# 제3길 모락산길(백운호수 입구~지지대비 : 12.6㎞)

= 삼남길의 제3구간 모락산길은 옛날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갈때 거쳐 갔던 길이다.

의왕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삼남길 전체 구간 중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로 꼽힐 만큼 산길과 숲길이 잘 어우러져 걷는 맛이 나는 길이다.

백운호수를 출발해 조금 걷다 보면 가장 먼저 임영대군 이구 묘역과 사당을 만난다. 임영대군은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로 세종의 총애를 받을 만큼 총명해서 총통 제작을 감독하고 화차를 제작했다고도 전해지는 인물이다.

임영대군 묘역에서 김징 묘역까지 이어지는 오매기마을 주변길은 모락산 동쪽을 지나는 전형적인 시골길과 산길이다.

김징 묘역을 지난 후에는 삼남길이 두 갈래로 갈리는데, 사근행궁터 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시가지를 지나는 길이고, 통미마을을 지나 곧바로 골사그내까지 질러가는 길은 편안한 시골길로 의왕시가 '산들길'을 조성하고 있는 길이다.

▲ 제4길 서호천길.
# 제4길 서호천길(지지대비~서호공원 입구 : 7.1㎞)

= 수원으로 들어서는 관문인 지지대고개에는 정조가 아버지 묘소를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워 뒤돌아보느라 행차가 늦어져 '지지대고개'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지대비에서 지지대쉼터를 지나 해우재로 이어지는 길은 큰길에서 벗어난 숲길이다.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수원의 명물 중 하나인 해우재를 만난다. 해우재는 2007년에 문을 연 화장실문화전시관이다.

수원의 화장실문화를 혁신한 고 심재덕 수원시장이 조성한 것으로, 국내외 화장실 자료와 아름다운 수원의 화장실 수상작품 및 역사적 유물, 화장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자료, 심 시장의 유물과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해우재를 지나 여기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서호천을 따라가는 천변길이다. 옛 삼남대로는 이 구간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수원 도심을 관통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가 삼남길이 선택한 서호천길이다.

서호천길을 따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지나 도착하는 여기산에서는 대규모 백로 서식지를 만날 수 있다.

▲ 제5길 중복들길
# 제5길 중복들길(서호공원 입구~배양교 : 7.0㎞)

= 삼남길의 제5구간인 중복들길은 이름 그대로 탁 트인 중복들을 지나는 길이다. 서호공원 입구에서 서호를 빙 둘러가면 항미정을 만나는데, 항미정에서 바라보는 해질녘 풍경은 수원의 절경 중 하나로 꼽힌다.

서호(축만제)는 정조가 수원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판 인공저수지로, 서호 주변의 넓은 들에는 지금도 농촌진흥청이 자리해 우리나라 농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서호공원과 중복들을 지나고 나면 중보교 건너에서 옛 수인선 철도를 만날 수 있다. 수인선은 수원에서 인천 송도를 잇던 철도로 경제성이 낮아져 1995년 말에 운영이 폐지됐다.

수인선 철도를 지나 평리교를 거쳐 배양교까지 이르는 구간은 수원비행장을 끼고 가는 담장 옆 보행로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