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I-Tower에서 열린 '유엔공관 개소식'에서 놀린 헤이저 유엔 사무차장, 송영길 인천시장,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ESCAP 등 산하기구 4곳 둥지 틀어
GCF·국제기구도 올해안 입주 마쳐
1993년 UNICEF 한국위원회 설립
수혜국 꼬리표 떼고 협력자로 성장

인천상륙작전통해 지역과 특별한 인연
헤이저 사무총장 "미래 유엔 허브될 것"
직원위해 市차원 의료·교육 지원 약속


대한민국이 유엔(UN)의 수혜국에서 시혜국으로 탈바꿈했다. 그 중심에 인천 송도가 있다.

최근 유엔 기구 4곳이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이타워(I-Tower) 입주를 마쳤다.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와 유엔 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 기술훈련센터(UN APCICT), 유엔 재해경감국제전략기구(UN ISDR) 동북아지역사무소·도시방재연수원, 유엔 국제상거래위원회(UN CITRAL) 아시아·태평양 지역센터가 아이타워에 둥지를 틀었다.

이밖에도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 유엔 녹색기후기금(UN GCF) 사무국,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본부도 올해 안 아이타워에 입주할 예정이다. 또 인천 송도는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 유치를 두고 서울시와 경합하고 있다.

인천 송도 아이타워는 명실상부한 '유엔공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유엔의 지원을 받아왔던 한국의 인천 송도가 이제는 유엔의 아시아 허브 도시로 발돋움했다.

지난 달 31일 오후 아이타워 1층에서 '유엔공관 개소식'이 열렸다. 전 유엔총회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개소식에 앞서 열린 '유엔과 한국'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유엔은 과거 한국이 냉전시대에서 독립을 이루는 데까지 큰 역할을 해줬다"며 "이제는 한국이 유엔을 지원하게 됐다. 그리고 유엔총회 의장국까지 맡게 됐고, 이제는 유엔의 허브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유엔의 첫 인연은 지난 1947년부터 시작됐다. 5·10 총선거를 감시하겠다며 유엔은 당시 한국임시위원단(UNTCOK)을 설치했다.

그리고 1950년에 주한유엔사령부(UNC)가 들어섰다. 그리고 유엔군은 한국전쟁에 참전한다.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인천과 인연을 맺게 된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유엔공관 개소식 축사에서 "인천은 인천상륙작전부터 유엔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됐다"며 "당시 인천시의 경우 80% 이상이 파괴됐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엔이 인천에 오게 됐다"고 했다. 한국은 그 뒤로도 유엔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

유엔은 1957년 주 유네스코 한국대표부를 설치하고, 1962년 유엔아동기금(UNICEF) 주한 사무소를 세운다. 1964년에는 유엔특별기금 원조협정을 체결한다.

1966년에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낙동강 유역 개발 조사사업을 추진한다. 1971년에는 인천과 유엔이 특별한 인연을 다시 한 번 맺게 된다.

▲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I-Tower에서 열린 '유엔공관 개소식'에서 유엔기가 게양되고 있다. I-Tower에는 UN 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아태 정보통신기술훈련센터(UNAPCICT), 국제상거래위원회 아태지역센터, UN ISDR(재해경감국제전략기구)동북아지역사무소 및 국제방재연수원이 입주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유엔개발계획(UNDP), 국제노동기구(ILO)가 산업화에 따른 인력 충원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직업훈련원'을 인천에 개원한 것이다.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과 인천은 일방적인 수혜자의 입장이었다.

1989년 남·북한이 유엔 동시 가입이 실현된다. 1991년에는 세계은행(IBRD)이 공여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한국은 유엔의 수혜국에서 탈피한다.

1993년에는 소말리아 유엔평화유지활동을 시작하고, 유엔아동기금(UNICEF) 주한사무소가 없어지는 대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설립된다.

유엔으로부터 받는 입장이었던 한국이 주는 입장이자 협력자의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2001년에는 유엔총회 의장국으로 선출된다.

2006년에는 제 8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취임한다. 그리고 2010년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가 송도에 개설된다.

2012년에는 한국은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GCF 사무국을 포함한 국제기구가 인천 송도 아이타워에 모여 협력하게 됐다.

놀린 헤이저(Noeleen Heyzer) UN ESCAP 사무총장(유엔 사무차장)은 유엔공관 개소식에서 "한국은 유엔의 지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유엔의 가장 큰 공헌국이 됐다.

한국과 유엔의 관계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아이타워에 GCF 사무국까지 들어서면 이 곳은 미래 유엔의 허브가 될 것이다.

이 아름다운 송도에서 새로운 일이 시작될 것이다. 아이타워의 'I'는 인천, 인텔리전스 등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와 월드뱅크 한국사무소도 인천송도에 와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며 "인천시는 국제기구를 유치하면서 약속했던 것들을 지킬 것이다.

아이타워에서 유엔 직원들이 의료, 교육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