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채록·변형사실 밝혀
1912년 4월 매일신보 게재
이원규 '수원팔경가' 발견
"명맥잇기 위한 연구 온힘"
일제강점기의 문화잔재 논란에 휩싸였던 '수원8경'이 역사적 고증을 거쳐 원안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는 2일 수원8경에 대한 저작권 문제와 일제 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에 따라 수개월에 걸쳐 역사적 고증에 의한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거쳤으며, 수원8경이 일제의 잔재가 아니라 이미 수원지역에서 널리 회자되던 것을 일본인들이 채록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 수원8경에 대한 새로운 입증자료인 이원규의 '수원팔경가(水原八景歌)'를 발견했다. 1912년 4월 7일 매일신보에 수원팔경가라는 이름으로 수원지역에서 회자되던 수원8경을 풀어서 부르는 형식의 속요(俗謠)가 실린 것.
당시 수원군 남부면 남창리에 거주하던 수원공립보통학교(신풍초등학교의 전신) 교사인 이원규는 ▲화산두견(花山杜鵑·화산 숲속에 슬피우는 두견새 소리) ▲나각망월(螺角望月·방화수류정에서 본 동북각루의 달) ▲화홍관창(華虹觀漲·화홍문 7간 수문에 쏟아지는 물보라) ▲남제장류(南堤長柳·수원천 긴 제방에 늘어진 수양버들) ▲북지상련(北池賞蓮·만석거에 핀 아름다운 연꽃) ▲광교적설(光敎積雪·광교산 정상에서 산록까지 쌓여있는 흰눈) ▲서호낙조(西湖落照·서호와 여기산에 비치는 저녁노을) ▲팔달제경(八達霽境·팔달산 솔숲 사이로 불어오는 맑고 시원한 바람)을 수원8경으로 정리해 매일신보에 실었다.
이는 1914년에 출간된 사카이 마사노스케(酒井政之助)의 '발전하는 수원(發展せる水原)'과 1927년 나이또오(內藤倫政)의 '고적과 풍속(古蹟と風俗)'에 실린 수원8경보다 훨씬 앞선 것이며, 수원지역에서 회자되던 수원8경을 일본인들이 변용, 채록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이원규의 수원8경과 일본인들이 채록한 수원8경을 비교해 보면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이원규의 수원8경에서 '화산두견' 대신 '화산척촉'을 사용하고 있다.
또 '팔달제경' 대신 '팔달제미'나 '팔달청람'으로 바꾸었고 '나각망월'을 '나각대월' 또는 '용지대월'로 바꾸어 사용했다.
오성석 시 문화관광과장은 "이번 고증을 통해 기존의 수원8경이 일제 강점기에 왜곡된 것이 아니라 이미 수원지역에서 널리 회자되던 것임을 확인하게 됐다"며 "이원규의 수원8경가를 중심으로 수원8경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정조시대 '춘추8경'에 대해서도 고증을 통해 복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선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