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고한 희생정신 기리며… 수원 현충탑에서 열린 경기도학생백일장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녹음이 우거진 나무그늘 아래에서 글짓기를 하고 있다. /김종택기자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일 오전 경기도내 31개 시군에 있는 현충탑 일원에서 '나라사랑 큰나무-제 15회 경기도 학생백일장'이 일제히 열렸다.

경인일보사와 국가보훈처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 등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는 도내 초·중·고교생 수천명이 참가해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내용을 원고지에 담았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은 원고 작성 후 가족, 이웃, 친구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편집자 주

■'글쓰기 선생님' 부모님과 함께

○…'국어교사 아빠, 독서왕 엄마와 함께'

수원시 현충탑 일원에서 열린 백일장에는 국어교사인 아버지를 사사(?)한 우예성(12·수원영화초)군이 참가해 눈길.

우군의 아버지는 수원 유신고에 재직중인 국어교사 우강제(41)씨로 평소 아들의 독서와 글쓰기를 지도. 어머니 정명희(40)씨는 우군과 함께 매일 경기도 도립도서관에 발도장.

그 결과 지난달에는 도립도서관으로부터 '이달의 다독가족'에 선정. 지난해 열린 제14회 경기도 학생백일장에서 입선하기도 한 우군은 "올해는 6·25전쟁의 아픔과 분단을 되새기는 내용으로 글을 쓰겠다"며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더 잘 쓸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출. /수원

▲ 국어교사인 아버지와 함께 백일장에 참가한 우예성군.
■내년 추념식·백일장 참가 다짐도

○…성남시 현충탑에서 열린 백일장에 사촌 언니와 함께 참석했다는 이효재(8·여·성남북초)양은 "대회에 참가하기 전 '순국선열 이야기'라는 책을 보면서 무척 슬펐지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를 지켜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글을 쓰겠다"며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대회에 임해.

어머니 김지현(36·산성동)씨는 "가까이 사는 친척들과 대회를 통해 순국선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르치고 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대회에 대한 만족감을 피력.

또다른 참가자 이유진(14·여·영성여중)양은 "날이 더워 현충일 추념식을 지켜보는 것은 힘들었지만 우리가 있을 수 있게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글로 적어볼 수 있어서 좋다"며 "내년에도 현충일 추념식과 백일장에 참가하겠다"며 다짐. /성남

■글자 못 다 깨친 손자 '한 글자씩'

○…오산시 현충탑에서 열린 백일장에는 할머니가 직접 어린 손자의 글짓기 지도에 나서 눈길.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외할머니와 함께 산다는 김솔(8·운삼초 1학년)군은 아직 한글을 못깨우쳐 외할머니인 김순애(55)씨가 직접 한자 한자 가르쳐주며 백일장 원고를 완성.

외할머니 김씨는 "솔이가 태어날때 부터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손주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 미안해 백일장에 나서게 됐다"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솔이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

화성시 병점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은 윤예빈(11), 채빈(10) 자매도 즐겁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경인일보 특상을 받았다는 예빈양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인 친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글짓기에 나섰다고. 동생 채빈양도 "올해는 언니처럼 열심히 글짓기를 해 꼭 상을 받고 싶다"며 자신. /오산

▲ 오산 현충탑에서 외할머니한테 직접 한글을 배우며 백일장에 참가한 김솔군.
■옹기종기 모여 간식 한입 베어 물고

○…안양시 현충탑 일대에서 진행된 백일장에는 만 7세부터 15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참석. 참가자들은 옹기종기 모여 미리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글짓기 삼매경.

백일장에 참가한 김성현(11)군은 "6·25전쟁에 얽힌 이야기들을 잘 알지 못해 막상 원고지를 받고 보니 눈앞이 캄캄해졌었는데, 마침 참전용사 신분으로 현충일 기념식에 참석한 할아버지께 자문을 구하고, 글 쓰는데 도움을 받았다"며 안도의 한숨. /안양

■인솔교사 지도아래 헌화·청소 '모범'

○…남양주시 지금동 현충탑에서 개최된 학생백일장에는 재향군인회 부인회에서 마련한 주먹밥 만들기와 화환 제작 체험행사가 같이 진행돼 학생들로부터 인기.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주먹밥을 간식으로 먹고, 주최측에서 제공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도 시식.

특히 이날 심석중학교와 퇴계원중학교 학생들이 인솔교사와 함께 단체로 백일장에 참가해 글쓰기 후 현충탑에 단체로 헌화를 실시하고 쓰레기 줍기도 실시해 타 학생들의 귀감.

이날 현충일 행사를 마친 보훈가족들이 백일장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을 격려하고 6·25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 눈길. /남양주

■다문화 가정 출신 형제 참가 눈길

○…이천 설봉공원에서 열린 백일장 행사장에 필리핀인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 출신의 초등학생 형제가 나란히 행사에 참석해 눈길.

정주현(이천초 5년),수현(이천초 3년) 형제는 두 달 전 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신후 가라앉은 집안 분위기를 의식한듯 현충일에 대해 "독립군 제사 지내는 의미있는 날"이라고 설명하며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을 잡아끌며 이날 행사장을 찾았던 것.

한국 생활 12년차 주부인 형제의 엄마 조셀린(40)씨는 "한국의 현충일이 무슨 날인지 솔직히 몰랐었는데 오늘 행사장을 찾아 무엇을 기리는 날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며 "아빠 잃은 슬픔을 뒤로한 채 화창한 날 아이들이 밝은 모습으로 글짓기도 하고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위축됐던 마음이 다소 진정되는 느낌"이라고 전언. /이천

▲ 아빠와 함께 백일장에 참가한 한 여학생이 글쓰기전 진지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 /임열수기자
■전사자명패 손에 대고 오열하는 노인

○…포천시 군내면 충혼탑에서는 백일장 행사 도중 한 60대 노인이 오열해 주위가 숙연.

이 노인은 충혼탑 아래 전사자 명판에 손을 대고 10여분간 눈물을 흘렸는데 현재 포천시 문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생후 두돌만에 6·25전쟁에 참전한 아버지를 잃은 것으로 전해져.

그는 "어린 청소년들이 현충일만이라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길 바랄 뿐"이라고 말한 뒤 홀연히 자리를 떴다고. /포천

■탤런트 한인수씨 학생들 격려하기도

○…시흥시 현충탑에서 열린 백일장에서는 한 선생님의 제자 사랑이 눈길. 서해고등학교 김혜경(국어) 교사는 휴일을 반납한 채 학생 5명을 인솔해 대회에 참가.

김씨는 "학생들이 현충일을 단순히 휴일이라 생각지 않고,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백일장에 참가한다고 해 같이 참석하게 됐다"며 "우리 학생들이 부디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목감초등학교 정세연(6학년)양과 승연(1학년)양의 어머니 배경미(42)씨는 "황금 연휴이기는 하지만 모처럼 현충일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백일장이 아이들에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높게 평가.

한편, 이날 시흥지역 출신 탤런트 한인수씨가 백일장에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하자 학부모들의 시선이 집중. /시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