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성 간과한채 흉지 택할 경우 불행 초래
명당에 잘 모시고 보존하는게 풍수의 기본
정확한 혈지에 맥 잘 탄 소화묘원, 좋은 예
지난 3월부터 남양주·양평·여주, 가평, 안성을 둘러봤다. 그동안 풍수 테마기행을 연재하면서 현재 사람이 살고 있거나 짓고 있는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썼다.
하지만 취재팀은 돌아보는 경로에서 크고작은 산소와 그 주변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일을 잊지 않았다. 풍수에서는 세상을 떠난 이가 머무는 곳인 산소와 그 주변을 '음택(陰宅)'이라 하여, 살아있는 이가 머무는 집인 '양택(陽宅)'과 함께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묘문화가 화장(火葬) 중심으로 바뀌면서 음택에 대한 관심이 예전같지 않아서, 새로이 산소를 쓰거나 조상의 묘역을 이장하면서 풍수를 무시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조광 선생은 이 같은 세태를 두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고, 나라가 자꾸만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이유"라고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
"우리 옛말에 '뼈대 있는 가문'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 말이 무슨 뜻일까요? 바로 조상을 명당에 잘 모셔 몇 백년이 흘러도 유골이 잘 보전되고, 그 덕분에 번성한 가문이 됐다는 뜻이에요.
성공한 가문, 오랫동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가문의 토대가 바로 조상님을 잘 모신 데 있다는 뜻이지요. 반면에 '뼈도 못 추린다'는 얘기도 있어요. 큰 불행을 만난다는 뜻이죠.
그 말도 근원을 따져보면 조상을 흉지에 묻어 땅을 파 봐도 유골 하나 건질 수 없으니 불행해진다는 뜻이에요. 결국 조상의 무덤을 잘 쓰느냐, 잘못 쓰느냐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잘되거나 못된다는 풍수의 기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난 3월 풍수테마기행의 첫 번째 현장 답사로 남양주를 향해 떠나는 길. 취재차에서 조광 선생은 '음택'의 중요함을 화두로 꺼냈다.
팔당댐을 지나 강변의 구도로를 타고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들어섰다. 봉안대교 아래를 지나가며 왼쪽을 보니 봉안터널 뒤로 커다랗게 자리한 천주교 소화묘원이 눈에 들어온다.
천주교 소화묘원은 눈앞으로 팔당호와 양수리 두물머리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어 사진가들에게 '출사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렇게 산등성이에서 물을 바라보는 전망좋은 곳이 명당일까?
"소화묘원은 기본적으로 맥을 잘 타고 조성됐고 눈앞에 강이 흐르니 자리를 잘 잡았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산소는 산이 좋다고 아무 데나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정확한 혈자리에 써야 됩니다. 저렇게 많은 묘 중에서 그런 자리가 몇 개나 될까요.
오히려 저들 중에는 맥의 옆구리에 쓴 묘, 수맥 위에 쓴 묘, 골짜기에 쓴 묘들도 많겠지요. 혹시 공원묘지에 산소를 쓰게 되더라도 이런 자리에 쓰지 않도록 자리를 잘 살펴야 해요."
천주교 소화묘원을 떠나 다산유적지를 향해 조금 더 가니 '한확 선생 신도비'라는 안내표지를 만난다. 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야트막한 언덕 중간에 잘 정비된 한확 선생의 묘소가 있고 그 아래 비각에는 커다란 신도비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높지도 않은 곳에 요란스럽지 않고 단정하게 자리잡은 이 묘역은 풍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명당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묘역으로 인해 일대가 '능안마을'로 불렸고, 행정구역도 능내리가 될 만큼 중요한 묘역이다. 묘의 주인인 한확(1403~56)은 누님이 명나라에 공녀(貢女)로 들어가 황제의 비가 되었고, 그의 딸은 조선 세조의 장남인 의경세자(덕종)의 빈으로 들어가 성종을 낳은 유명한 인수대비이니 말 그대로 '뼈대 있는 집안'이다.
"자, 묘의 혈자리에 서서 앞을 보세요. 주변의 산들이 평범한 듯 보이지만, 위압적이지 않고 좌우를 잘 감싸고 돌아 편안하고 따뜻함이 느껴지지요. 좋은 자리에 묘를 쓰면 이렇게 살아있는 사람들도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조광 선생의 설명처럼 묘역에 올라 앞을 보니 왼쪽으로 청룡이 부드럽게 앞쪽으로 돌아나오며 길게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백호가 감아돌며 길 앞에까지 내려선다. 산들이 거칠거나 위압감을 주지 않고 봉긋봉긋 부드러운 형태로 이어지며 감싸고 있어 보기에도 편안하다.
멀리 앞쪽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팔당호의 큰 물줄기가 묘역 일대를 휘돌아가며 에워싸고 있고, 묘역의 뒤쪽은 예봉산, 갑산, 운길산이 든든하게 버티고 서서 주봉을 이루고 있으니 틀림없는 명당이다.
한확 선생의 묘역을 떠나 양평과 여주로 이어지는 길에서 조광 선생은 중간중간 차를 멈추게 했다. 선생이 가리키는 곳에는 후손들이 묘역을 잘 가꿔 한눈에 보기에도 당당한 묘도 있고, 이미 오래 전에 버려진 듯 초라하게 무너져가는 묘도 있다.
평범한 사람 눈에도 잘 가꾼 묘들은 산의 맥을 타고 앉았고, 허물어져 가는 묘들은 골짜기 안에 있거나 맥에서 벗어난 엉뚱한 산비탈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산소가 찾아가기 쉬운 곳에 있는데도 버려져 있다면, 자손들이 산소를 돌볼 여유가 없거나 손이 끊어진 경우가 많겠지요. 산소를 잘못 써 산 사람은 물론 조상들도 욕을 보고 있는 겁니다."
첫째날 여정을 마치며 양평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도중 강변길이 거의 끝나는 곳에서 조광 선생은 마지막으로 차를 멈추게 했다. 멀찍이 산중턱에 자리한 묘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묘는 뒤쪽으로 듬직하게 받치고 있는 주산에서 뻗어내린 맥을 타고 들어앉았다. 양쪽으로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려온 좌우의 맥이 살짝 안으로 감아들면서 청룡과 백호를 형성하고 있다. 역시 앞으로는 남한강이 흐른다.
"산소 주변을 잘 보세요. 주변의 산보다 나무들이 푸르죠. 자세히 보니 좋은 소나무들을 가져다 심은 것 같은데, 그래도 산소 주변의 나무들이 유독 푸르다는 것은 땅의 기운이 잘 모여든 곳이라는 뜻이에요.
땅의 기운이 나쁘면 아무리 좋은 나무를 갖다 심어도 시들어 죽게 되죠. 좋은 자리에 산소를 썼고, 묘역이 잘 정비돼 있는 것을 보니, 후손들도 잘돼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수 있어요."
조광 선생은 이날 답사를 마무리하며 "좋은 곳에 묘를 쓰고 식당을 내면 살아있는 사람들이 흥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 묘를 쓰고 식당을 내면 살아있는 사람들이 망하는 것을 이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그래서 좋은 풍수학자는 묘나 집자리만 보고 그 집안 내력과 현재의 상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마지막 정리를 했다.
땅의 생기가 가장 몰린 '혈지'
산세 험하고 가파른곳 피해야
■ 혈지로 부적합한 땅
풍수학에서 '혈(穴)'이란 땅의 생기가 흐르는 '맥(脈)' 중에서도 가장 생기가 몰린 곳을 말한다. 좋은 땅의 기운이 모인 곳이므로 묘지터, 집터, 마을터 등으로 쓰면 길한 곳이다.
반면에 땅의 기운이 좋지 않으면 좋은 혈도 나올 수가 없고, 이런 곳에서 억지로 혈이 될만한 곳을 찾아내 묘지터나 집터를 쓰면 불행을 맞게 된다. 다음은 땅의 기운이 나빠 혈지로 적합하지 않은 땅이다.
▲ 조악한 땅-산세가 거칠고, 흉한 암석이 많고, 산봉우리가 너무 커서 우악스러워 아름답지 못한 곳. 극악무도한 사람이 난다.
▲ 준급한 땅-산이 높고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급해 사람이 오르기 어려운 땅. 인공으로 산을 깎거나 쌓아 터를 만들더라도 성급한 자손이 나와 패가망신한다.
▲ 단한한 땅-주변에서 보호하는 산이 없이 외롭게 노출돼 있는 곳. 가난하고 고독하며, 단신과 과부가 많이 나고 자손이 끊긴다.
▲ 옹종이 있는 땅-부스럼이나 종기 같이 더럽고 추잡하여 거칠게 보이는 산. 질병으로 고생하고 큰 재앙을 만나 집안이 망한다.
▲ 허모한 땅-토질이 허약해 푸석푸석한 땅으로 생기가 없고 뱀·쥐·벌레 등이 드나드는 연약한 땅이다. 자손이 다치고 재물이 없어진다.
▲ 수삭한 땅-지세가 약해 혈처가 마르고 가늘게 야윈 곳. 땅이 굶주려 병색이 짙은 형상이다. 자손에게 병이 많고 화를 당하며, 자손이 희귀해진다.
▲ 돌로한 땅-주변에서 감싸 보호해 주는 산이 없이 홀로 외롭게 돌출된 땅. 혈을 맺더라도 고독한 승려나 종교지도자가 나오고, 혈을 맺지 못한 땅에서는 과부나 고아가 나온다. → 다음편에 계속
※ 출처 : 다음 카페 '조광의 자연풍수'(http://cafe.daum.net/mirpoongsu)
/글=박상일기자
사진=김종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