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잭 스나이더
출연 : 헨리 카빌, 에이미 애덤스, 러셀 크로우, 케빈 코스트너
개봉일 : 2013년 6월 13일.12세 관람가.

7년 만에 돌아왔다. 한결 세련되어지고, 더욱 빠르고 강해졌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예전의 슈퍼맨 시리즈를 좋아하던 관객이라면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놓고 본다면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영화의 시작도 슈퍼맨이 지구로 오게 된 배경에서 시작한다.

무차별적인 자원 개발로 멸망위기에 처한 크립톤 행성. 행성 최고의 과학자 조엘(러셀 크로우)은 갓 태어난 아들 칼엘(헨리 카빌)을 지키기 위해 크립톤 행성의 꿈과 희망을 담아 지구로 보낸다.

자신의 존재를 모른 채 지구에서 클락이라는 이름으로 자란 칼엘은 남들과 다른 엄청난 능력 때문에 오히려 따돌림을 당하고, 아버지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로부터 우주에서 온 자신의 비밀을 듣게 된다. 혼란에 빠진 칼엘에게 아버지는 그가 지구에 온 이유가 있을 것으로 믿고 사람들 앞에서 '능력'을 드러내지 말고 때를 기다리도록 조언한다.

이런 가운데, 크립톤 행성의 반란군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은 파괴된 행성을 다시 재건할 수 있는 모든 유전자 정보가 담긴 코덱스가 칼엘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찾아 부하들을 이끌고 지구에 온다.

이제 칼엘은 자신을 거부하던 사람들이 사는 지구의 존폐를 두고 최강의 적 조드 장군과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전쟁을 시작한다.

시리즈의 여섯째 편이라고 하지만, 이 같은 스토리는 마치 영화를 다시 처음으로 돌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편인 '슈퍼맨 리턴즈(2006)'가 사실상 슈퍼맨 시리즈를 부활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무언가를 딛고 설 게 없어진 셈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제작은 '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배트맨을 부활시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맡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전편보다 어둡고 무거워진 것도 놀란 감독의 영향이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 엄청난 속도와 스케일의 액션을 쏟아부으며 조금은 지루해 하고 있던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전작들이 다소(?) 촌스러운 장면들로 아쉬움을 남겼던 것과 반대로, '맨 오브 스틸'은 후반부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박력있는 액션을 선보인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맨 오브 스틸'은 제작기법 면에서 전편의 기억을 잊게 할 정도의 변화를 담았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아쉬운 것은, 정신을 쏙 빼놓는 액션과 스펙터클한 영상 속에 '철학'을 집어넣으려다 보니, 무언가 딱 부러지게 말하긴 힘든 어색함이 남았다는 것이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