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감칠맛 나는 '비빔두부국수', 생두부 200g이 통크게 들어간 '생두부샐러드', 여름에 시원한 '냉두부국수'.
두부 장사했던 국수 마니아
영양걱정에 개발한 두부국수
촉촉한 식감·고소함 '일품'
5천원대 저렴한 가격도 만족


요즘 간편하게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국수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국수집이 동네 곳곳마다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국수도 국수 나름. 국수 먹고 배부르단 얘기는 들어봤나? 먹을 때는 맛있을지 몰라도 젓가락 내려놓으면 이내 배는 금방 꺼지게 마련.

그래서인지 국수는 식사보다는 간식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수에 영양 높은 두부가 함께 어우러진 두부국수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원 장안공원 길가에 위치한 '장수두부국수'가 제대로 된 밥상 못지않은 국수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소개하고자 한다.

장수두부국수집을 운영하는 권경운·박정심(60) 부부는 두부와 닮았다. 친절한 말씨에 투박하지 않고 부드러운 인상이 그렇다. 이들 부부와 두부의 인연은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콩을 미세하게 갈아 직접 만든 생두부를 맛보고는 두부를 생업으로 삼기로 했다.

서울 흑석동에 두부공장을 차려 학교와 회사 등에 납품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판매했지만 일반 두부맛에 젖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는 없었다.

결국 두부공장은 문을 닫고 수원으로 내려와 장사를 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권 사장은 국수 마니아다. 하루 세 끼를 국수로 해결하는 사람이다. 권 사장의 국수 사랑은 다소 영양이 부족할 수 있는 국수에 두부를 섞어 넣어 속도 채우고 영양도 풍부한 두부국수를 만들어내는데 이르렀다.


장수두부국수의 주 메뉴인 두부국수에는 숨두부 180g과 생두부채 60g이 얹어진다. 보통 두부 한 모가 300g인 것을 감안하면 국수 한 그릇에 거의 두부 한 모를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수 면도 생면이라 일반 건조 국수보다 훨씬 식감이 촉촉하고 쫄깃하다. 멸치에 갖가지 해물을 섞어 우려낸 국물은 속풀이에 그만이다.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에 비벼먹는 맛이 일품인 비빔두부국수는 권 사장만의 땀과 열정으로 태어난 숨두부에 살짝 밴 양념이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고소함에 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다.

권 사장은 "양념속에서 제 모양을 유지하며 촉촉한 식감을 내도록 하는 숨두부 기술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이 넘쳤다.

숨두부는 순두부의 이북지방 방언인데 굳이 이름을 특별하게 쓴 것은 권 사장이 두부에 별난 자존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콩을 세밀하게 분쇄하는 기술은 고난이도 기술이라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다고 설명하는 권 사장은 안동에서 질 좋은 대두를 가져다가 그만의 비법으로 숨두부와 생두부를 만든다.

부드럽고 탱글한 생두부는 양상추와 올리브, 검은깨, 양파 드레싱과 함께 나오는 생두부샐러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정성으로 빚은 두부의 고소한 맛에 저렴한 가격은 덤. 생두부샐러드, 두부국수, 숨두부탕 모두 5천원.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435의 7, 한국은행 경기본부 근처. (031) 217-8995

/권순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