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반정부 시위의 중심인 이스탄불 탁심광장에 '스탠딩 맨'이 등장해 침묵시위를 벌였다. 터키 행위예술가인 에르뎀 균듀즈씨는 광장에서 6시간 가까이 말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은 채 가만히 서있는 침묵시위를 벌여 시민들이 동참했다. 사진은 한 시민이 찍어 트위터에 '스탠딩맨'(standingman)이란 해시태그(#)를 붙여 올린 것으로 엄청난 리트윗을 기록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수천명이 들어선 터키 이스탄불 탁심광장의 밤은 고요했다.

반정부 시위의 중심인 탁심광장은 18일(현지시간) 아무 말도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두란 아담'(duran adam) 시위대가 점령했다.

두란 아담은 '정지한 사람'란 뜻의 터키어로 전날 행위예술가 에르뎀 균듀즈씨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탁심광장에서 8시간 동안 가만히 서 있기만 했으나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은 트위터에서 '두란 아담'과 스탠딩 맨'(standing man)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수없이 퍼져 나갔다.

균듀즈씨가 서 있다가 돌아간 다음 날 그와 인터뷰를 하러 탁심광장에 갔으나 수천명의 두란 아담 때문에 찾을 수 없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그들의 침묵은 어떤 함성보다 우렁찼고 작은 움직임도 없는 몸짓은 격렬했으며 표정이 없는 얼굴은 분노에 가득 찼다.

구호도 없고 플래카드도 들지 않았으나 정부가 짓밟은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라는 그들의 메시지는 너무나 분명했다.

광장의 사람들은 전날 균듀즈씨가 했던 것처럼 발밑에 가방과 생수병을 내려놓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건너편 아타튀르크문화관에 걸린 터키 국기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이는 팔짱을 끼고 서 있었고 책을 들고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층도 있었지만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퇴근하고 곧장 광장으로 나온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도 곳곳에 서 있었다.

한 시민은 균듀즈씨의 옷차림대로 셔츠와 바지를 입힌 마네킹을 광장에 놨으며 최루탄 탄피를 들고 서 있는 젊은 여성도 보였다.

노부부 한쌍은 어깨동무를 하고 서 있었고 거수경례를 올린 채 동작을 멈춘 청년도 있었다.

술탄아흐메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유수프씨는 "어제 경찰이 해산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동참하러 나왔다"며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무슨 근거로 그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영업시간이 다가와 지하철 탁심역으로 가면서 "내일 다시 와서 또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란 아담은 탁심광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등장했다. 이들은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려 시위에 동참했다.

경찰은 전날 트위터로 균듀즈씨의 침묵시위를 보고 동참한 청년들을 광장에서 끌어냈으나 법적 근거도 없이 해산했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날은 자정을 넘기도록 가만히 보기만 했다.

직장인 사르벤씨는 "이보다 더 평화로운 시위는 없을 것"이라며 "동시에 이보다 더 강하게 저항하는 방법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염병이나 돌을 던지는 시위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원천적으로 불법행위가 될 수 없는 이번 시위가 터키 정부에 주는 타격이 훨씬 커 보였다. /이스탄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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