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에 속수무책… 비닐로 막아도 타고들어와
상품성 훼손에 전기까지 끊겨 선풍기조차 못틀어
안양시가 침체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활성화키로 하고 시장내 채소동 건물에 대해 리모델링을 추진하자 이전을 해야하는 중도매인들이 이전 예정지의 열악한 판매시설 위치 등의 문제점을 들어 강력 반발(경인일보 5월 10일자 20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중부지방에 강한 장맛비가 내리자 우려하던 문제점들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시간당 강수량 최대 4㎜이상(기상청 시간당날씨예보)을 기록하고 있는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뒤편에 위치한 무·배추동의 상인들이 판매장으로 들이닥치는 비를 막기 위해 비닐 등 가림막을 설치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의 이 같은 임시 대책에도 빗물은 가림막을 따라 천천히 내부로 흘러들어 상품 박스를 적셨다. 그래서인지 일부 상인들은 목재 및 플라스틱 재질의 깔판을 바닥에 깔고 적치돼 있던 채소를 서둘러 옮겨 쌓고 있다.
판매장 안쪽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판매장이 노면보다 지대가 낮고 호우량이 많다보니 빗물이 노면수 유입 방지턱을 넘어 그대로 판매장 안쪽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로 인해 판매장 안쪽 상인들의 한평 남짓한 쉴 공간까지 물이 고여 있다. 게다가 판매장 벽면을 따라 설치된 전기 연결선에도 물이 들어갔는지 상인들은 습한 더위에도 선풍기를 전혀 틀지 못한채 연거푸 부채질만 하고 있다.
또 일부 상인들은 판매장 한쪽 구석에서 빗물 유입으로 인해 상품가치를 상실한 채소를 폐기용 박스에 담고 있다.
무·배추동 한 상인은 "빗물이 판매장으로 들이치다보니 장사를 전혀 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임시방편으로 비 가림막을 설치해 놨다고해도 습한 무더위에 쉽게 무르는 채소의 특성상 장기간 덮어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그는 "시가 채소동을 리모델링한다고 발표한 당시에도 향후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상인들이 대책마련을 호소했었다"며 "그러나 시는 상인들의 이 같은 목소리는 외면한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채소동 이전을 강행하더니 결국 상인들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떠넘겼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상인들의 피해를 고려해 시 차원에서 비 가림막을 설치키로 하고 현재 제작까지 완료한 상태지만 비로 인해 용접을 못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내에 상인들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이석철·김종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