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신자들에게 돈과 권력, 세속적 성공 등 '덧없는 우상'을 멀리하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중남미의 가톨릭 성지로 꼽히는 상파울루 주 아파레시다(Aparecida) 대성당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이날 강론에서 "돈과 성공, 권력, 쾌락 같은 많은 우상이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고는 희망을 주는 듯 행세하고 있다"며 "오늘날 우리 청년들을 비롯한 모든 이가 이런 우상에 이끌리는 것이 얼마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외로움과 공허함 때문에 이런 덧없는 우상들에서 만족을 찾게 된다"며 "하느님이 여러분의 곁에 계심을 마음에 새겨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공정하고 우애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가치들을 우리 청년들에게 전수해야 한다"고 성직자와 부모, 교육자들에게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에 앞서 아파레시다 대성당의 상징적 존재인 검은색 성모상 앞에서 말없이 기도를 올렸다.

교황은 기도하는 동안 눈물을 글썽이는 등 크게 감동한 기색이었으며, 이후 성모상을 받아 안고 기쁨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상파울루에서 북동쪽으로 170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아파레시다 대성당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가톨릭 교회로, 중남미 가톨릭계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1717년 이 지역 강에서 주민들이 유럽에서 만든 높이 40㎝, 무게 4㎏의 검은색 성모상을 우연히 발견한 이후 여러 차례 기적이 일어났다.

이를 기념해 1745년 최초로 소규모 성당이 세워졌고, 이후 연간 700만 명의 가톨릭 신자와 관광객이 찾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순례지로 발전했다.

이곳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장소다.

지난 2007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던 교황은 당시 이곳에서 열린 중남미·카리브 주교회의를 이끌면서 가톨릭 교회가 겸손과 자선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는 문서 작성을 주도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상 발견 300주년이 되는 오는 2017년 브라질을 다시 방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미사가 열린 대성전에는 1만 5천 명의 인파가 몰렸고, 성당 밖에서도 찬비가 내리는 가운데 20만 명이 넘는 신자가 자리를 지키며 중남미 출신의 첫 교황에게 환호를 보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란치스코회 수도사들이 운영하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시시의 성프란치스코 병원'을 찾아 마약중독 치료 병동을 개소하고 중독 환자들과도 만났다.

그는 우루과이 등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 마약 밀매 억제책으로 추진하는 마리화나 합법화와 관련해 "마약 사용을 자유화한다고 해서 완화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리우데자네이루 시에서는 전날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가 공식 개막했다.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열린 개막 미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청년 가톨릭 신자 50여만 명이 참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에는 리우 시청에서 열리는 2016년 올림픽기 축성식에 참석한다.

교황이 집전하는 28일 폐막 미사에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데시 보우테르세 수리남 대통령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우루과이와 파나마 등에서는 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파울루·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