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단둘이서 비공개로 오찬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이날 낮 12시께 선글라스를 끼고 어두운 색 정장 차림으로 백악관에 들어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둘은 오바마 대통령이 누군가를 격의 없이 초청해 사적으로 만날 때 애용하는 집무실 옆 개인식당에서 구운 닭고기와 파스타, 샐러드를 곁들여 식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 자리를 떠난 직후인 3월 1일 클린턴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점심을 같이했고 4월 텍사스주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기념 도서관에서도 만났으나 단독 회동은 처음이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따라서 이날 개인적인 만남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2016년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 등이 자연스럽게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회동이 클린턴 전 장관의 향후 거취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아직 대선에 출마할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MSNBC 방송은 '제44대 대통령(오바마)이 45대를 만나나…오바마-클린턴 오찬'이라고 관련 기사의 제목을 뽑았다.

구체적인 만남 목적이나 대화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던 백악관은 그러나 이번 회동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언론의 지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친교 차원에서 이뤄진 만남이며 '2016년'은 대화 주제와 꽤 거리가 멀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4년간 함께 일하면서 강한 업무 관계뿐 아니라 순수한 우정도 쌓아왔다"며 "물론 최근의 중동 사태와 워싱턴에서 재개되는 평화 협상 등을 얘기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강력한 지지자인 조 바이든 부통령도 대권 도전 의지를 수차례 밝힌 점을 고려할 때 당장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CBS 방송에 클린턴 전 장관과 함께 출연했을 때 "4년 뒤 일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받아넘긴 바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옛 상원 동료이자 2016년 대선 경선 후보로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바이든 부통령과 30일 부통령 거주지인 해군 관측소에서 조찬한다.

한편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메리스트-매클래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 대권 예비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의 가상대결에서 6% 포인트 앞서는 등 공화당의 예비주자 5명과 맞붙을 때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론조사에 참여한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63%가 클린턴 전 장관을 민주당 차기 대권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고 답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