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1일(현지시간) 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현행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준금리를 0∼0.25%로 제로(0)에 가깝게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연준은 경기 상황에 따라 채권 매입 규모를 확대 또는 축소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른바 '출구전략 시간표'는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연준은 30일부터 이틀간 금융·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벤 버냉키 의장은 연간 8차례 열리는 FOMC 회의 때 한 차례씩 건너뛰면서 4차례 기자회견을 하기 때문에 이번 달에는 언론 앞에 서지 않았다.

연준의 결정은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대로다.

지난 6월 회의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고용, 물가 등 각종 경제 지표가 크게 바뀌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회의에서도 현행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론 내릴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었다.

연준은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최근 경제 활동은 '점진적인 속도'(modest pace)로 확장하고 있다. 노동 시장의 상황이 최근 몇 개월간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번 회의 때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라고 표현했던 것만 빼고는 똑같은 경기 진단이다.

이어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고용 상황 전망이 확연하게 개선될 때까지 매달 국채 450억달러 상당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채권 400억달러 어치를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그러면서 "FOMC는 노동 시장 전망이나 인플레이션 상황 등에 맞춰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매입 속도를 줄일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번 회의 때 더해진 이 표현이 그대로 이번 회의 결과에도 인용됐다.

지난달 기준 7.6%였던 실업률이 정책 목표치인 6.5% 밑으로 떨어지거나 물가상승률이 2%(최고 2.5%)를 웃돌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종전 정책에 더해 경기 상황에 따라 채권 매입 규모나 속도, 매입 채권의 종류 등을 재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적절한 정책 조절 덕분에 경제 성장은 완만한 속도로 진전되고 실업률도 서서히 떨어지는 한편 중기 물가상승률은 2% 목표치에 부합하거나 이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연준이 이르면 9월 FOMC 회의를 통해 국채와 모기지채의 매입 규모를 월 100억달러씩 총 200억달러 줄이겠다고 발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경기 부양 기조 유지를 천명해온 버냉키 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부의장을 비롯한 FOMC 이사 11명이 찬성했다.

그러나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장인 에스더 조지 이사는 이번에도 시중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미래 경제·금융 불균형을 가져오고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