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시즌 개막을 앞둔 유럽 프로축구 이적시장에는 '태극전사'들의 이적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가장 '핫한' 선수는 단연 독일 분데스리가의 손흥민(21)이었다.

지난 시즌 함부르크 팀 내 최다인 12골을 터뜨린 그는 많은 클럽의 러브콜을 받은 끝에 분데스리가의 강호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옮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도 눈앞에 두고 있다.

스위스 1부리그 챔피언 FC바젤에서 활약하던 박주호(26)는 마인츠로 전격 이적, 독일에서 손흥민,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굴곡을 겪은 박지성(32)은 2부리그로 강등된 퀸스파크레인저스(QPR)를 떠나 친정팀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과 계약이 임박했다.

◇ '1천만 유로의 사나이' 손흥민, 챔피언스리그도 정조준

손흥민은 지난 시즌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분데스리가·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경기 모두 '멀티골'을 기록하는 등 12골을 넣어 함부르크의 핵심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분데스리가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 지난 시즌 내내 그의 거취에 시선이 집중됐다.

첼시로 떠난 안드레 쉬를레의 공백을 메울 선수를 찾던 레버쿠젠은 이적료 1천만 유로(약 149억원)에 손흥민을 데려왔다. 이는 한국인 선수 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이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원한 레버쿠젠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손흥민은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도 밟게 된다.

손흥민은 이적설이 돌 때부터 경기 출전 시간과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팀 선택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은 바 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 슈테판 키슬링이 버틴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은 주로 측면 공격수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함부르크 시절에도 프리시즌에 강한 모습을 보인 그는 레버쿠젠에서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려 활약을 예고했다.

레버쿠젠은 3일 레기오날리가(4부리그) 팀인 SV립슈타트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경기로 시즌을 연다. 분데스리가 첫 경기는 10일 프라이부르크전이다.

◇ 박주호 '뮌헨·도르트문트, 한 판 붙자!'

박주호는 일본 J리그를 거쳐 2011년부터 스위스의 강호 바젤에서 뛰며 차근차근 '빅리그' 진출을 준비한 왼쪽 풀백 전문 수비수다.

바젤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맛보고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를 경험했다.

2012-2013 시즌에도 바젤의 리그 우승에 힘을 보탠 그는 지난달 18일 마인츠로 '깜짝 이적'했다.

마인츠의 토마스 투헬 감독은 박주호를 "국제무대 경험이 많고 전술 적응이 빠른 선수"라고 평가하며 바젤에서처럼 왼쪽 측면 수비에 힘을 보태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스위스가 독일보다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리그 우승팀을 떠나 분데스리가 하위권 팀으로 가는 것이 모험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박주호는 독일을 '큰물'로 여기고 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같은 쟁쟁한 팀과 맞붙으며 한층 더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속내다.

마인츠도 레버쿠젠과 같은 3일 레기오날리가의 포르투나 쾰른과 DFB 포칼 경기를 치른다.

◇ 박지성, 친정팀서 명예회복 할까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적 스타'는 바로 박지성이다. 그 무대는 박지성의 유럽 무대 '첫 팀'인 에인트호번이다.

박지성은 2002년 12월 에인트호번에서 뛰며 유럽 축구에 적응한 뒤 2005년 프리미어리그의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합류했다.

맨유에서 7시즌을 소화한 그는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승격해 의욕을 불태우던 QPR로 옮겨 또 다른 '성공시대'를 꿈꿨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적하자마자 주장에 선임되며 팀의 중심에 섰으나 개막 이후 16경기 '무승'에 그치는 등 팀 성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조직력이 와해했고 박지성도 시련을 겪었다.

사령탑이 해리 레드냅 감독으로 바뀌면서 박지성은 주장 완장을 잃고 출전 기회도 줄어들었다.

결국 QPR이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에 그쳐 다시 강등되면서 명예회복의 무대를 찾던 박지성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에인트호번을 다시 택했다.

이 팀에서 선수생활을 함께한 필립 코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맨유 시절 동료인 뤼트 판 니스텔루이가 코치수업을 받는 등 든든한 '지원군'이 버틴 점도 박지성에게 희망을 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