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숲속사이로 '스산한 기운' 엄습
귀신의 눈물 등 다양한 茶 한잔 기회도
■용인 에버랜드내 '호러 메이즈'
수술실·고문실… 생체실험 병원 연출
차원이 다른 공포감 '중도포기' 다반사
장마가 끝나자 경기지역 한낮의 기온이 35도를 넘는 불볕 더위가 시작됐다. 지구온난화 등의 이유로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찜통더위와 열대야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괴롭다. 그렇다고 마냥 폭염에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일에도 생활에도 도통 의욕이 안생기고 능률이 곤두박질칠 때 무더위를 날려버릴 피서지를 찾아 나서는 게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불볕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이색 휴가지 4곳을 추천한다.
가평 호명산 깊은 산골에 자리한 '귀곡산장'. 꼬불꼬불 마치 강원도 길을 연상시키는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목적지에 다다르면 우거진 숲속 사이로 흙길이 나온다. 귀곡산장의 진입로답게 길부터 으스스하다.
그렇게 약 1㎞를 달리면 귀곡산장과 귀곡펜션이라는 간판이 나온다. 입구에는 말로만 듣던 처녀귀신이 방문객을 맞이해 공포감을 더한다. 사실 귀곡산장은 한 여자가 불타 죽은 집터에 지어졌다고 한다.
당시 산장을 홀로 지켰던 30대 여성이 사망했는데 그녀의 혼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귀곡산장이라고 붙였다는 것이다.
귀곡산장을 방문하면 오래된 목조로 이뤄진 본체건물이 가장 눈에 띄는데 덩굴로 뒤덮여 있는데다 기괴한 소품들로 가득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건물입구 기둥에 매달린 캐리비안 해적 해골부터 팔과 다리가 절단된 마네킹 인형.
괴기스러워 보이는 각종 탈과 붉은 글씨의 부적에 덩굴 속 오래된 공중전화기까지. 소품 하나하나에서 풍겨지는 스산함에 왠지 모를 공포가 밀려온다.
귀곡산장은 기본적으로 찻집과 숙박을 겸하는 곳이다.
찻집에서는 귀신의 기가 서린 솔잎차와 귀신의 눈물(?)로 만든 이슬차를 비롯해 국화, 장미, 감잎, 뽕잎차 등 다양한 차를 마셔볼 수 있다. 찻집 주변에는 귀신도 부러워할 만한 펜션이 있다.
요즘에는 공포 체험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착되면서 카페나 클럽, 각종 이벤트 행사에서도 귀신이나 유령 캐릭터와 장식물 등을 쉽사리 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용인에버랜드내 위치한 '호러 메이즈'는 차원이 다르다. 한번 이용하려면 기본 3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별도 요금 5천원을 내야 하지만 매 회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호러메이즈'는 지난해 전체 참가자의 약 30%가 중도에 포기할 만큼 강한 공포감을 선보여 테마파크 호러 콘텐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1년 개장한 이래 티켓이 매진되는 등 기록적인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호러 메이즈 2'를 추가로 오픈했다.
비좁은 복도를 지나거나 좁은 방에 들어서면 귀신·좀비 분장을 한 전문 연기자가 등장해 공포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청각·후각·촉각 등 오감을 자극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실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좀비견' 모양의 애니매트로닉스(애니메이션과 일렉트로닉스의 합성어로, 몸체에 기계 장치를 넣어 전기나 전자의 힘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법)가 새롭게 설치돼 공포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또한 12명의 전문 연기자들의 리얼한 연출과 함께 '미치광이 의사가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납치, 감금해 금기의 실험을 한다'는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달해 심리적 공포감도 높였다.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2층짜리 폐허 건물에 들어서면 캄캄한 미로를 따라 시체 보관실, 해부실, 소각실 등 16개 룸(room)과 복도를 통과하며 10분여간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
미로 속에는 3개의 '중도포기 출구'가 있는데 더 이상 진행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이 출구를 통해 도전을 포기할 수 있다.
■용인 한국민속촌 '전설의 고향'·'귀신전'
구미호·저승사자 특수미술 효과 '감쪽'
비오는날 한국형 귀신 체험존 무료입장
■의정부 산곡동 '바위소리' 카페
초점없는 인형들 입구서 오싹한 인사
골동품 박물관 손색없는 소품 볼거리
여름밤 텔레비전 속에서 보던 '전설의 고향' 귀신들이 지금 우리 옆에 나타난다면? 지난해 문을 연 용인 한국민속촌 '전설의 고향'에서라면 꼬리 아홉개를 감추고 있는 구미호도,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도 직접 만날 수 있다.
'전설의 고향'에 발을 들이는 순간,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괴기한 음악과 퀴퀴한 냄새는 마치 '저주받은 귀신 마을'에 온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4인용 트레인 '공포열차'에 올라타면 도망갈 수도 없다. 서낭당부터 일주문까지, 꼼짝없이 11곳을 통과하며 발밑에서, 등뒤에서 불현듯 나타나는 귀신들에 비명을 내지르는 수밖에 없다.
영화 제작시 주로 활용되는 특수 미술과 각종 첨단 디지털 기술이 만나 마치 '진짜 귀신'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무서운 마음에 큰소리로 욕을 하거나 귀신을 때리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국민속촌은 귀띔한다.
바로 옆 호러체험존인 '귀신전'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저승사자와 몽달귀신, 처녀귀신처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귀신들 외에 조왕신, 측간귀신 등 우리네 설화에서만 등장하는 '한국형 귀신'들을 만날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1관과 2관을 차례대로 둘러보며, 장소별로 귀신들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쭉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느새 스르륵 귀신들이 나타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흐리고 비오는 날이면 이 두곳의 스산한 분위기에 더욱 흠뻑 젖어들 수 있다. 이달말까지 비오는 날에는 '귀신전'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둬야할 팁이다.
사극속 전통가옥들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이킹, 회전목마 등 신나는 놀이기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어릴적 '전설의 고향'속 귀신들에 더운 여름밤을 설쳤던 이들이라면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그때 그시절을 생각하며 이색적인 추억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는지.
그냥 커피 한잔 가볍게 마시는 카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카페로 들어서는 골목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낮에도 어두컴컴한 골목으로 굽이굽이 들어가다보면 수십년은 됐을법한 오래된 인형들이 나무 위에 앉아 물끄러미 카페로 들어오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인형들의 초점 없는 눈길에 입구에서부터 비명을 내지르는 경우도 다반사.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카페로 들어서면, 언제부터 있었던건지 모를 잡동사니들이 이곳저곳에 널려있다.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인형들에 긴장을 늦출수 없다는게 '바위소리'만이 가진 특별함이다.
이미 의정부시의 '명소'로 자리잡은 이곳 '바위소리'는 골동품 박물관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된건지 싶은 물건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카페를 찾은 이들의 사진이 군데군데 붙어있어 그만큼 많은 이들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임을 짐작케 한다.
정원의 푸른 조명과 카페 안의 어두침침한 불빛이 어우러져, 다른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이곳 '바위소리'의 특징이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오래된 키보드와 전화기, 낡은 레코드 플레이어, 그리고 수만장의 LP판은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느낌에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7080세대들에게는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더욱 인기라는 이곳 '바위소리'에서는 밤이 되면 으레 모닥불이 피어오르는데, 오래된 돌담과 시냇물, 오솔길이 자아내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 짙게 만든다는 평이다.
주변에 계곡이 있어 여름 휴가를 겸해 아이들과 함께 오는 젊은 부부들도 많다. 스테이크와 돈가스, 볶음밥 등으로 배를 채우거나 가볍게 차 한잔 마시기에도 좋은 곳이다.
이번 주말, 도심을 떠나 잠시 색다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의정부시 산곡동 '바위소리'로 떠나보면 어떨까.
/이경진·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