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4일 페루와의 평가전을 앞둔 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수원월드컵보조경기장에서 소집훈련에 나서 홍명보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훈련하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페루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면 2000년 이후 사령탑 가운데 가장 긴 시간 첫 승을 올리지 못하는 '신기록'을 쓰게 된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부임한 뒤 가진 첫 대회인 동아시안컵에서 2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들었다.

14일 열리는 페루와의 평가전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4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게 된다.

2000년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감독 중에 데뷔 직후 4경기 동안이나 무승의 사슬을 끊지 못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썼지만 초반에는 잦은 패배로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데뷔 후 4번째 경기에서 첫 승리를 맛봤다.

다만 그의 데뷔전이었던 2001년 칼스버그컵에서 만난 상대는 유럽과 남미의 수준급 팀인 노르웨이와 파라과이다.

홍 감독이 동아시안컵에서 상대한 중국, 호주 등보다 전력이 두세수 위인 팀들이었다.

2003년 콜롬비아와의 친선전에서 데뷔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3번째 경기였던 일본 원정 친선전에서 첫 승을 따냈다.

이후 부임한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조광래, 최강희 감독은 모두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신화를 쓴 허정무 감독은 두 번째 경기인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아시아 3차예선 경기에서 4-0 대승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이든 페루와의 평가전이든 모두 브라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며 승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페루전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원칙에 따른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나의 첫 승리가 월드컵 본선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 승리가 늦어질수록 그를 향한 축구팬들의 불신은 조금씩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홍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56위)은 무려 13계단이나 떨어졌다. 동아시안컵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도 4위로 처져 '아시아 맹주'의 자존심은 구겨진 상태다.

승리를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다. 최전방 공격수와 2선 공격진을 대폭 교체한 홍 감독이 페루전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