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교향악사 새로 쓴 부천필·3대 콘텐츠 축제 '자랑'
지원기관·문화기업·만화가 속속 몰려 '부가가치' 창출
방송·대학·쇼핑·병원까지 협업 네트워크 구축도 가속
부천이 대한민국 만화의 중심지로 우뚝 섰다.
대한민국 예술의 고유영역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한국 만화는 일본 만화인 '망가'를 뛰어넘어 프랑스와 미국 등 서구 선진국가들로 잇따라 진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내면서 신한류의 원동력으로 촉망받고 있다.
특히 세간의 선풍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만화 '이끼', '미생' 등이 영화와 드라마, 캐릭터 상품 등으로 만들어져 'One Source, Multi-Use'의 대명사로 인식되면서 문화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창조경제'의 비밀을 간직한 문화영역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부천에서는 지난 7월말 Pifan2013에 이어 지난 14일 화려하게 개막한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오는 18일까지 일정으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부천이 만화와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메카로 급성장하게 된 배경과 국제만화축제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편집자 주

'창조경제의 도시 부천'
박근혜 정부의 이코노믹 모토인 '창조경제' 시티(City)로 각광을 받고 있는 부천.
IMF로 침몰한 한국경제가 1997년 이후 지식산업의 대명사인 IT산업으로 활로를 모색할 쯤, 부천은 문화융성시대인 21세기를 맞아 '굴뚝'산업을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 등 콘텐츠 중심의 문화산업으로 지방 경제구조의 리스트럭처링을 준비해 왔다.
당시 원혜영 부천시장 등이 만화 등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시기에 '돈도 안되는 일에 부천행정의 에너지와 기회의 비용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도 제기됐었다.
그 흔한 IT기반을 구축하지 않는데 따른 볼멘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느린듯 하지만 꾸준히 준비한 끝에 말러 교향곡 국내 초연으로 한국 교향악의 판도를 바꾸는 등 창단 25주년 만에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임헌정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부천 필 등의 명성에 힘입어 부천은 음악의 도시로 변모해 왔다.
임헌정 지휘자는 내년에 프랑스 등 세계 순회연주회에 나서면서 음반과 영상으로만 만났던 부천필의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여 한국 교향악사는 물론 세계 음악사를 다시 쓰게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회, 30회를 향해 치닫고 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 부천국제만화축제, 국제애니메이션축제 등 3대 콘텐츠는 이제 부천을 세계 문화산업계가 주목하는 영화의 도시이자 만화의 도시란 닉네임을 얻게 만들었다.
만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영화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만화작품들이 부천에서 창작돼 영화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봇 찌빠', '마당을 나온 암탉', '빼꼼' 등 세계 어린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들도 다 부천에서 시작된 작품이거나 부천에 있는 콘텐츠기관의 지원을 받거나 문화기업들의 협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부천 춘의구역에는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경기영상위원회 등 경기도 콘텐츠 핵심 지원기관들이 입지, 분당과 고양 등 도 전역의 콘텐츠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부천 재입성을 선언한 전통문화예술공연 단체로 대변되는 남사당(이사장·주애란)과 사회적 음악기업인 '노리단'(공동대표·김희연, 류효봉), 애니메이션 제작 및 라이선스 전문그룹인 '고구미'(대표·강명구 감독), 만화전문출판기업인 '거북이북스'(대표·강인선) 등 전문 문화기업과 예술단체들도 부천으로 속속 몰려들면서 천문학적 부가가치를 지닌 문화상품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만화가 50%가 부천에 상주할 정도로 영화와 애니메이터 등 콘텐츠 전문인력들이 부천에 둥지를 틀면서 콘텐츠산업의 수직적 네트워크 결합망이 구축, 부천은 '콘텐츠 코리아'의 핵심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부천은 춘의동 서커스장을 복합문화시설로 활용키 위해 경기영상위 유치에 나서는 한편 한국영화제작자협회 등 영화 유관기관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영화인의 도시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부천은 방송의 도시로도 재탄생하고 있다. 경기·인천의 유일한 민간방송인 OBS의 부천 오정구 시대가 열린데 이어 CJ의 케이블 방송인 헬로TV가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SBS가 부천상동 영상단지내에 대규모 영상세트단지 조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천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전세계로 송출키 위한 방송기반시설마저 속속 구축되면 최적의 문화산업기반을 구비하게 된다.
이와 함께 부천 가톨릭대의 한류대학원을 비롯해 서울신학대, 유한대, 부천대, 상공회신대 등 무려 5개의 대학이 콘텐츠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고, 경기예술고등학교 등 조기 예술교육을 위한 인프라도 튼튼하다.
지방정부와 지역 대학 그리고 기업과 시민들의 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키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함에 따라 성장 잠재성은 무궁한 상황이다.
하지만 영화의 도시를 표방하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최를 위해 매해 40억여원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대학에 영화관련 학과와 전문 영화인력 배출을 위한 아카데미가 부재하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화특별시'를 표방한 김만수 호는 최근 부천의 예술 인프라를 토대로 부천 시민을 대상으로 음악 및 만화, 영화 등 전인교육 방식의 예술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함에 따라 '부천아트밸리'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돼 문화융성의 태동기에서 성장기에 접어든 대표적인 콘텐츠 강소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부천은 현대백화점 등 대형유통쇼핑몰등이 부천 상동과 시청, 춘의동을 잇는 길 양쪽에 입주, 아시아가 주목하는 쇼핑의 길 '길주로'와 중·상동을 중심으로 한 유흥상업지역이 활성화돼 있고 복합놀이시설인 상동의 웅진플레이 등 레저시설도 입지, 중국 등 외국 관광객들이 매년 수십만명씩 찾고 있다.
세계적인 심장전문병원으로 유명한 부천 세종병원 등 국내 유수의 의료기관들도 잇따라 문을 열고 성업중으로 부천이 국제의료관광도시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천을 중심으로 한 세계 만화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15일 오전 알제리와 벨기에, 중국, 프랑스, 홍콩,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등 만화강국들이 참가, 글로벌 만화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짐에 따라 명실상부하게 부천이 만화의 총본산으로 부상하게 됐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서울과 인천을 양 날개로 비상하고 있는 부천은 소규모 제조공장 중심의 지방산업 발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만화와 영화 등 문화콘텐츠 산업을 도시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왔다"며 "시민이 향유하는 예술문화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일자리 창출 등으로 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창조도시로서 발돋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부천의 만화 등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볼거리, 웅진플레이도시 등을 연계한 레저거리, 외지인들이 즐겨찾을 수 있는 풍부한 먹거리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창조도시 부천을 열어갈것이며, 더불어 세종병원과 순천향병원 등 부천 소재 의료기관들의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 의료관광도시로서도 그 위상을 높여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천/전상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