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 이의신청 제도 없다는것은 모순
오심으로 경기 졌다면 누가 책임지나
친밀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서포터스
뜨거운 응원·격려 보내줘 큰 힘 됐다
■인천號 맡은 소회와 각오는?
자금 구하러 다니면서 심한 마음고생
송영길 시장 도움 이천수 영입땐 쾌재
커지는 승부욕 경기에 지면 잠도안와
시·도민 구단 최초 아챔 진출 이룰것
조 사장은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을 지내면서 당시 김봉길(47) 감독대행과 함께 성적 부진, 임금 체납 등 창단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던 인천호(號)를 순항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파견된 '공직자'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위해 인천축구전용경기장 3층 사장실을 찾았을 때 조 사장은 그라운드에 내려가 꼼꼼히 잔디상태를 둘러보고 서둘러 들어오고 있었다.
"잔디 일부가 훼손돼 잘 자라지 않아 걱정입니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아야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펴는데 말이죠."
이렇게 얘기하는 조 사장의 얼굴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마당에 '행여나 아이들이 다칠까' 돌멩이를 골라내는 자상한 할아버지의 미소가 번졌다.
할아버지 미소를 짓던 조 사장 얼굴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떨땐 단호한 모습으로, 또 어떨땐 비장한 모습으로 '인천호'를 지키는 함장의 위용을 보였다.
최근 인천구단에 잇따랐던 '석연치 않은 판정' 얘기가 나오자 대뜸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얘기냐고 물었다. 판정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지난 5일 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을 방문,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연맹이 나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도 했다.
"제가 연맹을 항의 방문한 것은 이미 나온 결과를 뒤집어 보자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 다시는 이런 석연찮은 판정이 나오면 안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조 사장은 이날 감히 연맹을 상대로 '심판 판정'으로 항의 방문을 한 유일한 구단 대표로 기록됐다. 인천구단은 이날 연맹에 정식으로 이의신청서도 제출했다.
이의 신청결과는 언제쯤 나오냐는 질문에 "심판의 오심에 대해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제도 자체가 연맹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조 사장은 답한다. 연맹을 항의방문하고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자체가 '퍼포먼스'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 달 21일 제주와의 원정경기에서 인천 수비수의 정상적인 태클을 주심이 파울로 인정하면서 페널티킥을 내줘 눈앞에서 승리를 놓쳤다.
최근 7경기에서 3경기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의해 페널티킥을 내 준 것으로 구단은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이기고 있던 두 경기는 비겼고, 비기고 있던 한 경기는 졌다.
지난 3일 울산과의 홈 경기에선 상대방 공격수의 오른팔에 맞고 나온 볼이 골로 연결되면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무승부로 돌려놨다.
가까이 있던 주심이 핸드볼 파울을 선언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날 서포터스는 새벽까지 농성을 벌였다.
이에 대해 연맹은 지난 13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경기장 안전과 질서유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인천에 제재금 700만원을 부과했다.
경기후 인천의 팬 일부가 선수단과 관계자 동선인 통제구역에 진입하고 심판실 문을 두드리며 항의하는 등 심판진의 귀가를 지연시켰다는게 그 이유이다.
제재금 부과와 관련해 조 사장은 "상벌위원회의 결정이후 15일 이내 재심요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단 관계자와 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재심 요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 사장은 "심판 판정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공식제도가 없다는 건 모순"이라며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기간 공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조 사장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여튼 이번 사태로 경기 결과를 뒤집지 못했지만, 조 사장은 '공직자 사장'이 아닌 '축구단 사장'으로 강한 이미지를 심으면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단 대표들이 조 사장에게 격려 전화를 해 왔고, 인천 서포터스의 뜨거운 응원도 받았다.
조 사장은 "지금까지 구단 서포터스가 저와 그다지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서포터스가 많은 응원을 해줘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정말 고마웠단다.
지난 시즌 중반에 '대행'꼬리표를 달고 공직을 겸직하면서 구단을 이끈 조 사장은 김봉길 감독과 힘을 합쳐 스플릿 B리그 1위와 19경기 연속 무패라는 성과를 일궜다.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올시즌 들어 전적으로 구단 일을 맡으면서 부담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조 사장은 인천 유나이티드 창단 10주년이 된 2013년 시즌에 들어서면서 리그 상위 스플릿 진출과 시·도민 구단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인천구단은 지난해 입단한 김남일과 설기현, 올해 새롭게 가세한 이천수까지 2002 한일 월드컵 주축 멤버들을 중심으로 신예 선수들이 조화롭게 구성돼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상위 스플릿 진출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가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 시즌 고향팀인 인천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이천수는 지난 10일 서울전에서 도움 1개를 추가하며 30-30(30골-30도움 이상) 클럽에 가입했다. 이천수 얘기가 나오자 조 사장의 입가에 또 한 번 미소가 번졌다.
"이천수는 '축구 천재'로 불렸던 선수였고, 예전의 기량을 되찾는 게 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인천에 온 이천수의 첫 인상은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다. 이천수는 팬들의 기대만큼 빼어난 경기력으로 팀의 주축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천수의 영입이 구단주인 송영길 인천시장의 노력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그전 소속구단인 전남이 임의 탈퇴를 풀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송 시장이 연맹회장과 각 구단 대표들에게 이천수를 풀어달라고 부탁하고, 전남 구단의 모기업인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을 만나 이 문제의 해결에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구단주인 송 시장의 노력에 연맹 관계자들이 마음을 열어주면서 이천수의 인천 영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조 사장은 "선수들도 잘 해주고 있지만, 무엇보다 김봉길 감독이 팀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관중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은 감독과 선수가 똘똘 뭉쳐서 '해보자'는 의지를 보여주고 그에 걸맞은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장은 선수단과 프런트의 가교를 맡아 재정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맡으면 된다"고 말한다.
지난해 임금체불 사태를 겪는 등 시민구단으로서 인천은 재정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한해였다.
조 사장은 "구단을 처음 맡았을 때에는 재정이 바닥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넘기는데 급급했다"며 "올해도 경기가 안좋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지난해보단 조금 나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 재정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현재 인천 연고 대기업과 정부 산하 공사·공단 등과의 접촉을 통해 후원사 확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재정타개책으로 스포츠마케팅에 지역내 중소기업과 연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재정이사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선수가 결연을 맺으면 선수는 기업을 홍보해주고 기업은 구단을 지원하게 돼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장으로 관중을 끌어모아 올해 관중 수입 목표를 크게 늘리겠다는 계획도 진행중이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를 공짜표 없애는 원년으로 삼았다.
학생 할인과 각종 이벤트를 통한 할인표는 있지만 초대권 발행은 금지한 것이다. 지난해 4억5천여만원이던 관중 수입이 올해 1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현 추세로 봤을 때 관중 수입액의 당초 목표액인 15억원을 달성하기는 어렵겠지만 수년 내에 관중 수입 20억원 달성을 이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선수영입 비용을 절감하면서 우리 유소년 축구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경기장 네이밍 라이트(명칭 사용권) 판매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후보 기업들이 여럿 있지만 조건을 따지며 세부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란다.
조 사장은 구단 대표로서의 어려운 점도 털어놨다.
공직에 있을 땐 못 느꼈지만 구단을 맡은 후 돈을 빌리러 다니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구단 사장으로서 자금을 구하러 가서, 입금을 약속받아 놨는데 정작 제 날짜에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애를 많이 먹기도 했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게 아니라 돈이 사람을 속인다'는 말을 절감했다고 털어놓는다.
"자금 문제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여일까지 다가오면 내 자신이 정말 사라지고 싶을 정도였다"고 토로한 조 사장은 "그래도 이젠 사정이 많이 나아진 것"이라며 웃는다.
조 사장은 "1년 이상 지나고 보니 돌아서면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떠오르고, 시민구단으로서 뭔가 큰 일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요즘엔 아깝게 패하고, 이기던 경기가 비기는 것으로 끝나는 날엔 억울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승부욕이 점점 커진단다.
인천구단은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아 시민구단의 4만7천여 주주들을 위한 기념 행사를 준비중이다.
오는 10월 중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한편에 주주 명판을 세워 주주 동산을 만든다. 곧 시안을 확정해서 공사에 들어가며 주주들을 초청해 기념식도 가질 예정이다.
조 사장은 인천의 팬과 시민들에게 "경기장에 많이 와서 즐겨주시면 좋겠다"면서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선사하고, 구단 프런트는 다양한 즐거움을 안겨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대담=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정리=김영준 기자
■프로구단 중 유일한 현직공무원… 조동암 사장은
조동암 인천 유나이티드 사장은 프로구단 중 유일하게 현직 공무원이다.
김포 태생인 그는 ▲1975년 공직 생활을 시작으로 ▲인천시 감사담당관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장 ▲인천시 관광진흥과장 ▲인천시 공보관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장 등을 거치며 올곧이 공직에 임해왔다. 그러던중 지난 2012년 8월 인천유나이티드 FC 대표이사에 취임해 시민구단을 이끌고 있다.